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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땅 속에 숨은 보물, 유출지하수의 재발견

1992년 6월 6일 이른 아침, 신문배달 소년 이모 군은 지하층 공사 중인 경남 함안의 아파트공사장을 지나던 중 심상치 않은 옛 물건을 발견했다. 이군은 평소 가야연맹체의 하나인 아라가야의 중심지 함안에서 유물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던 신문사 지국장에게 바로 달려갔고, 지국장은 빠르게 움직여 간발의 차이로 공사 진행을 막았다. 이곳에서 발견된 물건이 바로 함안 마갑총(馬甲塚)의 ‘말 갑옷과 고리자루 큰 칼’이었다. 지하에 묻혀 있던 유물은 여러 사람의 신속한 조치로 세상에 나왔고 2020년에 국가 보물 제2041호로 지정돼 빛을 보았다.

땅속에는 수많은 지하자원이 있지만 그 소중한 가치를 쉽게 간과하는 것이 있다. 바로 지하수다. 지하수는 관정(管井)을 통해 지상으로 끌어올려 사용하지만 터널이나 지하철, 대형 건축물 등을 건설하기 위해 땅을 굴착할 때 자연적으로 흘러나올 수 있다. 이를 ‘유출 지하수’라고 부른다. 이 물은 단순히 흘려 버려야 하는 불필요한 부산물처럼 취급되고 있지만 그 가치를 알고 잘 활용한다면 우리에게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자원이 될 수 있다.

최근 도시화에 따른 지하공간의 개발과 건축물의 대형화로 유출 지하수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 연간 1.4억t으로, 팔당댐 저수용량 2억4000만t의 60%에 달하는 엄청난 양이며, 수질도 양호한 편이다. 하지만 이 중 11%만 제대로 이용되고 있다.

환경부는 버려지는 유출 지하수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유출 지하수 관리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발생 단계부터 지자체에 신고하도록 ‘지하수법’을 개정한 바 있다. 또한 유출 지하수를 도로 살수, 냉난방 등에 활용하는 시범 사업을 2020년부터 추진하고 지침서도 마련했다.

2018년부터 시작된 물관리 일원화 이후 제도 보완, 시범 사업 추진 등 성과가 있었으나 탄소중립 실천 등 미래지향적 활용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환경부는 갈수록 어려워지는 기후 변화 대응과 가용 수자원의 증대를 위해 ‘유출 지하수 활용 확대 종합대책’을 수립·추진하고자 한다.

이 종합대책은 첫 번째로 유출 지하수를 이용한 미래가치 창출로 탄소중립에 기여하고자 한다. 유출 지하수가 가진 열에너지를 냉난방에 활용되도록 ‘지하수법’을 개정하고 ‘유출 지하수 활용업’을 도입해 지하수열을 활용한 사업이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추진함으로써 새로운 사업 영역도 만들어낼 예정이다.

두 번째는 유출 지하수 활용을 위한 선도적인 사업 본보기를 구축하는 것이다. 2020년부터 시범 사업을 추진했으나 다양한 사업 본보기의 발굴과 확산에는 부족한 면이 있었다. 이에 새로운 사업 전략을 마련하고 2027년까지 11곳을 선정해서 청소와 냉난방, 조경, 도로 물 세척 등 다용도로 활용하는 시범 사업을 추진할 것이다.

세 번째로 지하철 역사나 터널 등을 ‘유출 지하수 관리 대상 시설’로 지정하여 사전 관리 강화, 유출 지하수 이용 의무 대상 시설의 단계별 확대, 하수도요금 감면 등 각종 혜택을 부여하고 지원 서비스를 강화해 공공과 민간에서의 적극적인 활용 기반을 마련할 것이다.

올해 3월 22일 유엔에서 정한 ‘세계 물의 날’ 주제는 ‘지하수,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도록’이었다. 유출 지하수는 지상으로 나와 ‘보이게 된’, 그래서 꼭 활용해야 할, 개발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보물과 같은 수자원이다. 단지 지금껏 활용성에 대한 인식과 기반시설이 부족하여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을 뿐이다. 앞으로 환경부는 유출 지하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탄소중립 실천, 미세먼지 저감 등 기후 변화에 대응하고 창의적이고 유연한 환경 정책을 추진하여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가는 데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유제철 환경부 차관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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