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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고가냐, 초저가냐…유통가 ‘중간’이 없다
MZ 명품열광...관련 매출 28% 껑충
대형마트는 업계 최저가 경쟁 후끈
물가 고공행진...브랜드 재정비 돌입
서울 시내 백화점 명품관에 북적이는 사람들 모습(위쪽)과 이마트가 진행하고 있는 최저가 프로모션 ‘가격의 끝’ 프로젝트. [연합·이마트 제공]

‘더욱 확실한 가성비(價性比)냐, 더욱 확실한 가심비(價心比)냐.’

6월 소비자물가가 6%를 기록하면서 24년 만에 최악의 수준으로 치솟자 유통업계의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소비자들의 굳게 닫힌 지갑을 열게 하기 위해서는 양극단으로 치닫는 소비 패턴에 맞는 브랜드 포지셔닝으로 재정비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가방·의류·주얼리 등 사치품은 가격이 더 올라도 구매하는 반면, 식자재나 생필품은 가급적이면 싼 최저가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중간이 사라진다는 의미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명품 등 고가 제품에서는 가격이 더 올라도 구매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올해 상반기(1~6월) 명품 카테고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8.1% 신장했다. 무려 6%에 달하는 기록적인 물가상승에도 6월 명품 카테고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7% 성장했다. 에르메스를 비롯해 루이비통, 샤넬, 프라다, 구찌, 디올 등이 올 초부터 국내 물가인상률 보다 최대 4배 높은 수준의 인상률을 보이며 제품 가격을 1~3차례에 걸쳐 올렸는데도 럭셔리 제품의 매출은 계속해서 강세다.

소비자물가지수 등락률 추이 [자료: 통계청]

특히 올해는 명품 시장에 새로 진입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로에베, 셀린느 등 트렌디한 콘셉트를 강조하는 명품 브랜드를 찾으면서 럭셔리 브랜드의 팝업스토어는 더욱 강화되는 추세다. 지난달 25일 오후 6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진행된 보테가 베네타 팝업스토어에 이십여 명이 빼곡히 들어섰을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한 번 럭셔리 브랜드를 경험한 고객들은 꾸준히 명품 제품을 찾기 때문에 재구매율이 높은 편”이라며 “여기에 20·30대 신규 고객까지 증가하면서 올해 상반기 럭셔리 카테고리 매출은 안정적인 상승세”라고 설명했다.

이와는 정반대로 대형마트업계는 대표이사가 ‘업(業)의 본질’을 직접 거론할 정도로 최저가 경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 3월부터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 직속으로 ‘물가 안정 TF’를 가동, 가격관리팀(프라이싱팀)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프라이싱팀은 합리적인 소비자 가격과 각 상품 특성에 따른 가격 분석을 통해 실질적으로 고객이 가격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는 조직이다.

이에 이마트는 “가격의 끝을 보겠다”는 복안으로 강희석 이마트 대표 주재 하에 업계 최저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지속적인 최저가 관리로 ‘이마트에서 장 보는 게 가장 저렴해서 확실히 이득’이라는 인식을 심겠다는 전략이다. 고객이 많이 구매하는 40대 필수상품의 가격을 인하해 경쟁사인 롯데마트·홈플러스를 비롯한 쿠팡 등보다도 싸게 팔겠다는 설명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연말까지 최저가 정책을 확대해나가고 이후에도 고물가 상황이 진정되지 않는다면 추가 연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업계에서는 소매·유통 부문에서 양극단에 속한 제품이 중간 가격대의 제품의 판매량을 곧 넘어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평범한 품질로 다가가는 중간 가격대 제품은 필요하지 않거나 당장 구입할 정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기 때문에 생존이 힘들 것”이라면서 “물가 오름세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에 양극단의 제품이 중간 제품의 판매량을 넘어서는 건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이정아 기자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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