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정치자금법 위반 등 논란 끝에 자진사퇴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부실 인사검증에 대한 비판이 뜨겁다. 새 정부 들어 3번째 낙마이자 초유의 특정 부처 연속 낙마다. ‘청문회 없이’ 임명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역시 여전히 ‘만취운전’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은데다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도 과거 성희롱 발언으로 구설에 오른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은 잇따른 인사 논란에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5일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송옥렬 후보 지명, 박순애 부총리 임명, 김승희 후보 낙마 등의 경우 부실인사, 인사실패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나”라고 반문했다.

‘사전에 충분히 검증 가능한 것들이 많았다’는 지적에도 “다른 정권 때하고 한 번 비교를 해보라”며 “사람의 자질이나 이런 것들을”이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도어스테핑(약식회담)에서 인사 관련 질문이 이어지자 불편한 듯 평소보다 적은 2개 질문만 받고 곧바로 자리를 떴다.

윤 대통령은 전날에도 “임명직 공무원에게 가장 요구되는 조건은 자기가 맡을 업무에 대한 전문성과 역량”이라며 “우리 정부에서는 그런 점에서 빈틈없이 사람을 발탁했다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또, “도덕성 면에서도 전 정부에서 밀어붙인 인사들을 보면 비교가 될 수 없다고 본다”며 전 정권을 직격했다.

최근 첫 해외순방에도 국정운영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는 가운데 1기 내각 완성이 또다시 기약 없이 밀리고 인사 논란이 연이어 불거지자 답답한 심경을 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서는 ‘데드크로스’가 2주 연속 이어지는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

이날 기준 새 정부가 출범한지 57일이 됐지만, 내각은 여전히 미완성이다. 윤 대통령은 전날 박순애 부총리와 김승겸 합동참모본부 의장 임명을 재가했지만 전체 18개 부처 중 17개 부처의 장관 인선을 마무리하는데 그쳤다.

대통령실은 곧바로 후임 복지부 장관 후보자 물색에 돌입했지만, 앞서 정호영·김승희 후보자가 연이어 낙마한 만큼 후보군의 잇단 고사 등 새 후보자 선정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여기에 3연속 낙마는 국정운영에 타격이 심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검증기간이 보다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유행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보건당국 수장 공석이 당초 예상보다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인선 기조에 변화가 있을지도 주목된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세 번째 후보자’만큼은 무난하게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임명에 성공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게 됐다.

현재 내각의 여성 비율은 23.5%로 상대적으로 낮은 터라 세 번째 후보자 역시 박순애·김승희 발탁과 마찬가지로 ‘여성 우선 기조’가 작용될 수 있다. 다만, 여성 인재를 찾기 쉽지 않을 경우 성별에 관계없는 발탁이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 기존의 ‘능력주의’ 인선으로 도덕성 검증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를 고려할 수도 있다.

여권 안팎에서는 후임 복지부 장관 후보군으로 관료 출신 인사가 거론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인사 검증 실패 부담이 늘어나면서 비교적 검증이 용이하고 상대적으로 결격 사유가 적은 인사를 임명할 것이란 전망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앞으로 더 좋은 인재를 찾아 국민을 위해 일하게 하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며 “이른 시일 내 좀 더 단단한 진용을 갖추고 전열을 정비해 일할 수 있도록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