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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용 부회장의 ‘어깨동무’에 달린 삼성의 미래 [비즈360]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월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있는 ASML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왼쪽) ASML 최고경영자(CEO), 마틴 반 덴 브링크 ASML 최고기술책임자(CTO)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여기 있는 분들을 대표해 말합니다. 모리스창, 당신은 나의 영웅입니다.”

2014년 4월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열린 한 세미나 현장.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칩 위탁생산) 1위인 TSMC의 창업자 모리스창을 마주보고 선 젠슨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진지한 눈빛으로 이렇게 말했다.

모리스창과 같은 대만계이자, 스탠퍼드대 동문이기도 한 젠슨황은 세계 2위 팹리스(반도체설계 전문) 기업인 엔비디아의 창업자로, 글로벌 그래픽처리장치(GPU)시장을 선도하는 경영인이다.

젠슨황의 발언이 주목되는 이유는 그가 창업한 엔비디아가 TSMC의 주요 고객사 중 한 곳이기 때문이다. 엔비디아가 TSMC에 위탁생산을 의뢰하면 TSMC는 칩을 만들어주고 이것은 ‘지포스’라는 브랜드로 글로벌 시장에 판매된다. 그런데 기존 비즈니스 세계였다면 ‘갑’인 엔비디아의 CEO가 하청업체인 TSMC의 창업자에게 대놓고 ‘영웅’이라고 했으니, 둘의 관계가 짐작되는 대목이다.

지난달 말 일본의 대표적인 경제지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눈길을 끄는 분석을 내놨다. 대만 TSMC와 네덜란드의 반도체장비회사 ASML의 관계에 대한 것이다. TSMC와 ASML 모두 창업 당시인 1980년대에 네덜란드 기업인 필립스의 투자를 받았는데 이 필립스를 통해 두 회사의 최고경영진 관계가 30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 인텔 등 글로벌 칩 제조사들이 ASML만 생산할 수 있는 장비 1대를 구매하기 위해 수천억원을 지불하고 줄을 설 정도로 업계에서 ASML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유럽 출장에서 돌아오며 ASML에서 차세대 기술을 보고 온 것을 가장 중요한 순간으로 꼽기도 했다.

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1월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버라이즌 본사에서 한스 베스트베리(왼쪽) CEO와 만나 어깨동무를 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대만에는 ‘모리스 프리미엄’이라는 표현이 있다고 한다. 모리스창이 2018년 중순 은퇴하긴 했지만 TSMC가 닦은 기반과 관계가 모두 모리스창이라는 ‘인물’의 상징성을 중심으로 구축됐다는 점을 짚은 것이다. 덕분에 TSMC의 전방과 후방엔 ‘영웅’이란 호칭을 쓰는 글로벌 칩 고객사와 30년 넘게 관계를 지속해온 독점 장비기업이 자리 잡게 됐다.

최근 만나는 산업계 관계자 대부분은 이재용 부회장의 조속한 사면 필요성을 제기한다. 그가 있어야 삼성의 성장, 한국 반도체산업 발전과 공급망 위기 극복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물론 일각에선 이 부회장이 없다고 삼성이 스스로 굴러가지 못한다면 그것이 글로벌 기업의 명성에 맞냐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삼성이 굴러갈 수 있느냐, 없느냐’만 따지는 것은 단편적이다. 한국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우위에 서기 위해서는 ‘그저 굴러가는 삼성’이 아니라 모리스창이란 인물이 구축한 상징성과 관계를 삼성에 만들 인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TSMC를 구축한 모리스 프리미엄에 대적할 ‘이재용 프리미엄’이 어쩌면 대안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부회장은 종종 글로벌 기업인들과의 어깨동무 사진을 대중에 공개한다. 지금 한국 반도체산업을 위해 필요한 것은 이 부회장의 더 많은 어깨동무인지도 모른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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