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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스터리 러 루블화…화폐가치 7년 만에 최고
국가 부도설 위기속 美서 초강세
고유가·일시적 환상·자본통제 영향
크렘린 “서방 제재 작동않는 증거”

국가부도 위기설까지 나왔던 러시아의 루블화 가치가 미 외환시장에서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그 배경에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통화 정책 여파로 한국의 원화를 비롯해 유로화, 스위스 프랑, 중국 위안화 등 세계 주요국 통화는 약세, 달러는 강세인 흐름이 펼쳐지고 있는데 반해 루블화는 홀로 역행하고 있어서다.

23일(현지시간) 미 CNBC, 블룸버그에 따르면 루블화 가치는 하루 전인 22일 달러 대비 7년 새 최고 가격을 찍었다. 장중 가격으로 52.3루블을 기록, 전날보다 1.3% 가량 올랐다. 이는 2015년 5월 이후 7년 만에 최고치다. 23일에는 54.4 루블로 전날 보다 약세였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달러 당 루블 환율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올해 2월24일)이 시작되고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서 러시아를 퇴출하는 등 전례 없는 제재에 나서면서 3월 7일 138.9루블까치 치솟았다. 하지만 러시아 중앙은행의 개입 이후 진정세를 보여 3월 말에는 100루블 밑으로 내려왔고, 제재 효과에 의구심이 나오면서 4, 5월에는 내리막을 탔다. 환율하락을 두고 크렘린궁은 서방의 제재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증거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CNBC는 루블화 강세의 배경으로 ▷에너지 가격 고공행진으로 인한 기록적인 석유·가스 수입 ▷정부의 엄격한 자본 통제 ▷ ‘포템킨’ 사례 ▷실물경제와 무관한 환율 구조 등을 꼽았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이다. 국제유가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1년 새 60% 가량 올랐다. 러시아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를 피해 우랄유를 값 싸게 시장에 내놔 주로 중국과 인도에 수출을 크게 늘렸다. 핀란드에너지청정공기연구센터(CREA)에 따르면 러시아는 개전 후 100일 간 화석연료 수출로 930억 유로(125조 3100억원)를 벌어들였다.

미 외교정책연구소의 맥스 헤스 연구원은 “루블화 가치가 급등한 것은 러시아가 에너지 수출을 통해 기록적인 경상수지 흑자를 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러시아의 경상수지 흑자는 1100억달러(약 144조원)를 다소 웃돌았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배 이상 많은 금액이다.

정부가 외환 유출을 제한하는 등 엄격한 자본 통제도 환율을 끌어내렸다. 최근 러시아 정부는 자국 통화강세가 수출 경쟁력 약화 등 재정에 피해를 줄까 자본 통제를 일부 완화했다.

정부가 자본을 통제한다는 점에서 루블화 강세는 ‘포템킨 환율’일 수 있다고 CNBC는 지적했다. 포템킨은 1700년대 예카테리나 2세에게 번영의 ‘환상’을 심어주기 위해 건설된 가짜 마을로, 거짓 현상에 붙이는 말이다. 즉 루블화 강세는 푸틴에게 보이기 위한 환상에 불과할 뿐이란 지적이다.

루블화 강세가 러시아 경제의 펀더멘털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미국 싱크탱크 외교정책연구소(FPRI)의 막시밀리안 헤스 선임 연구원은 “루블화는 더이상 러시아 경제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보기 힘들다”며 “루블이 당국의 개입에 가치가 고공행진하고 있지만, 당국은 사람들의 삶의 질에는 관심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지숙 기자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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