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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계대출 67% 부동산 연계...자산가격 하락시 충격
서울 시내 부동산 중개업소의 전·월세 게시물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 ‘영끌’을 통해 주택과 주식 등 자산관련 대출을 크게 늘린 이들이 물가상승과 금리인상의 직격탄에 허덕이고 있다. 은행들의 과도한 가계대출 영업도 영끌족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시중에 풀린 돈이 자산가격을 밀어올린 가운데, 빚을 내 투자에 나서면서 사상 최대로 늘어난 가계대출이 부실 확대와 소비 제약 등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 2년간 주택·주식에 연계된 대출 급증…금리 인상기 직격탄

22일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 가계신용은 1859조4000억원 규모다. 문제는 이 가운데 대다수가 자산과 연계된 대출로, 자산가격 하락 시 채무 부담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는 데 있다.

한은은 지난해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 및 전세자금대출 등 주택시장과 연계된 대출 잔액이 전체 가계대출의 67%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2년간 주식시장 상승에 따라 빚을 내 투자하는 이도 늘어,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과 주가 상승률 간 상관관계도 2012~2019년 중 0.16에서 지난 2년(2020~2021년) 동안 0.86으로 6배가 뛰었다.

보고서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늘고 주요국의 정책금리 인상이 가속화되면서 시장금리 상승과 위험선호 변화 등을 통해 자산가격의 급격한 조정이 나타나고 취약차주의 부실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주택가격이 기초경제여건에 비해 높아 위험선호 및 수익추구 행태가 급변하는 경우 자산가격 하방위험이 촉발될 여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 부동산가격 상승에 따라 주택과 관련된 대출을 보유한 차주의 채무상환부담(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과 부채비율(LTI·소득대비가계대출비율)은 지난해 기준 42.2%와 241.8%로, 타 차주(DSR 32%, LTI 200.8%)를 큰 폭으로 상회했다.

보고서는 “부채상환부담이 늘면 소비성향이 하락하고, 더군다나 주택보유 차주는 소득감소나 금리 상승 등 거시경제 충격시 더 취약하다”면서 “특히 DSR이 높은 상황에서 소비를 줄이거나 자산 매도 등을 통해 대출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 대출 부실로 전이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주택가격 하락 지역의 대출 연체율이 크고, 주택가격 조정 직전 차입레버리지로 주택을 구입한 경우 대출 부실화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에 한은은 차주 상환능력에 따른 대출 원칙을 정착화하는 한편, 주택 소유 및 임대차 구조 재편(리츠 활용)을 통해 과도한 대출 증가를 막을 것을 제언했다. 또 “신용대출 및 일시상환방식 대출의 만기도래시 분할상환(일부상환)을 유도하는 한편 대출상환을 전제로 한 주택 매매거래에 대해서는 관련 거래세를 조정하거나 주택연금 가입연령을 탄력적으로 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전했다.

올 연말께 대출금리 상단이 8%대에 진입할 전망이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면서 한국은행도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최소 1.00%포인트 더 올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미 국내외 물가상승과 통화 긴축 우려로 올해 들어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는 7%를 넘어선 바 있다. 8%대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사진은 20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은행 앞에 걸린 대출 안내문 모습. [연합]

기업보다 가계대출금리 더 빨리 올라…당국도 ‘이자장사’ 경고

은행들의 과도한 가계대출 ‘이자영업’도 금리 인상기 차주 부담을 키운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한은은 5월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록에서 “최근 은행 기업대출금리가 코로나 이전과 비슷한 수준인 반면,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코로나 이전 수준을 크게 웃돌고 있다”며 “지난해 하반기 이후 대출금리 상승세가 기업대출보다 가계대출 쪽에서 두드러졌다”고 꼬집은 바 있다.

당시 이를 지적한 금통위원은 “대출 종류별로 지표금리 상승폭이 차등화된 데 따른 부분도 있지만 대출규제와 은행의 영업전략이 작용한 결과로 볼 수도 있다”며 “신용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주택담보대출 차주가 기업에 비해 높은 대출금리를 적용받는 것은 얼핏 가계가 기업부문을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것으로 비치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도 유독 빠른 가계대출 금리인상 속도조절을 주문했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장들을 만나 금리 상승기 예대금리차에 기댄 은행권 과도한 이익 추구 행위 자제를 당부하자, 5대 은행이 부랴부랴 금리 조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담대 금리 상단을 연 7%까지 올린 주요 은행은 가산금리를 내리고 우대금리 확대 적용 등에 나섰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금융소비자, 특히 취약차주의 이자 부담 완화라는 정부 정책에 호응하기 위해 대출금리를 내리는 쪽으로 은행들 사이에 공감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지표금리(대출 준거금리)인 은행채와 코픽스(COFIX) 등이 계속 오르고 있어 가산금리를 조정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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