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향후 국내 경기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물가와 성장 간 상충관계가 더욱 커질 수 있다”며 경기 하락 속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이날 한은은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를 내고, 물가 상승세가 하반기까지 이어지며 내년에도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올해 물가 급등기였던 2008년 소비자물가상승률 4.7%를 넘어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상승 압박이 커지는 동시에 경기 둔화 우려가 있다고 시사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중국의 성장 둔화, 주요국의 금리인상 가속 등으로 연말로 갈수록 글로벌 경기의 하방압력이 커질 수 있다”며 “시장에서는 지난주 미 연준이 당초 예상보다 큰 폭의 금리인상, 소위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면서 미국 경기의 침체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서는, “아직 우리나라 경제가 잠재성장률 2%를 하회할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 않아 침체로 볼 순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경기나 물가 흐름에 대해 예측이 어렵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이 총재는 “당초 물가 정점이 2분기를 지난 후 완만히 하락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미국은 8%대 물가상승률로 시장에 충격을 줬고, 유가도 배럴당 100달러에서 안정될 것으로 봤지만 최근 120달러 선까지 올라가는 등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면서 “물가 상승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이며, 특히 국내엔 해외발 공급 충격 영향이 장기화 될 수 있다”고 밝혔다.

5월 통화정책 방향 결정 당시와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과 유가 등 대외 상황이 변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에 주요 투자은행(IB)들이 내놓은 연말 한은의 기준금리 상단인 2.75~3.0%까 합리적이냐는 판단도 유보했다. 그는 “해외 요인의 변화가 국제 금융시장과 유가에 어떤 영향 미치는 지는 불안정한 상황이고 시장이 새로운 정보에 적응 하는 기간”이라며 “이 상태에서 금리 인상의 폭과 속도에 대해선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통위원들과 논의할 것”이라고 대답을 미뤘다.

다만 “현재와 같이 물가오름세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국면에서는 가파른 물가상승 추세가 바뀔 때까지 물가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혀 금리 인상 추세에 대해서는 확언했다.

정책 공조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이 총재는 “물가가 오르고 금리가 상승하는 과정에서 이자지급 부담 증가 등으로 어려워진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가 중요하다”면서 “이에 대해서는 정책공조를 통해 보다 정교하고 미시적인 지원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성연진·박자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