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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잊혀지고 싶다’던 文의 ‘폭풍 SNS’ 대체 왜?…“이런 의도 때문”[H.OUR]
與野 ‘아전인수’격 해석 들어보니…
[문재인 전 대통령 트위터]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대통령 후 무슨 현실 정치하고 계속 연관을 갖는다든지, 그런 것은 일체 하고 싶지 않습니다. 일단 대통령을 하는 동안 전력을 다하고, 대통령이 끝나면 그냥 잊혀진 사람으로 그렇게 돌아가고 싶습니다." (2020년 1월14일 신년 기자회견, 문재인 당시 대통령)

"현실 정치에 관여하지 않고 특별히 주목을 끄는 그런 삶을 살고 싶지 않습니다." (퇴임 2주일 전 기자 간담회, 문재인 당시 대통령)

문재인 전 대통령이 소통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퇴임 후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종종 글을 올려 누리꾼과 소통하던 문 전 대통령이 이번에는 인스타그램 활동까지 재개했다. 직접 "잊혀지고 싶다"고 밝힌 문 전 대통령의 활발한 활동을 놓고 정치권 내 분석은 분분하다.

"'대통령 文'에서 잊혀지겠다는 것"
문재인 전 대통령. [인스타그램]

"대통령 문재인, 정치인 문재인으로 잊혀지겠다는 뜻이었겠지요. 이 수식어가 붙으면 본인 의사와는 상관없이 권위가 따라붙을 수밖에 없잖아요? 이제 '인간 문재인'으로 살아가겠다…. 그런 뜻이 아닌가 해요. 요즘 SNS에 올리는 걸 보면 거의 다 일상 이야기잖아요. 문 전 대통령은 지금도 '대통령 문재인'에서 잊혀지고 '인간 문재인'으로 남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봅니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20일 통화에서 문 전 대통령이 SNS를 통해 거듭 메시지를 내는 이유를 이렇게 분석했다.

문 전 대통령이 지난 19일 인스타그램에 '올해의 첫 수확은 상추'라는 게시물과 함께 텃밭에서 상추를 기르는 모습, 수확한 상추 바구니를 들고 있는 사진을 올렸다. 편한 복장에 하얀 수염을 기른 상태였다. 문 전 대통령은 반려견 '토리'와 반려묘 '찡찡이'의 사진도 올렸다. 토리와 함께 찍은 사진에는 "토리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 마성의 귀여움"이라고 썼고, 찡찡이의 사진에는 "모든 접견에는 내가 배석한다. 이래 봬도 19살, 세월을 아는 고양이"라고 했다.

이밖에 문 전 대통령은 흰 경남 사저 앞 도예 가마를 방문해 장작을 가마에 넣는 모습, 마을 주민들과 막걸리를 마시는 모습 등을 공개했다. 고구마, 고추, 상추, 옥수수를 심는 밭일을 시작했다거나 서재를 정리하는 모습, 주말에 성당 미사를 가거나 사저 인근의 오래된 냉면집 방문 등의 모습도 공개했다.

"정 많고 경험 많은…. 그 지역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친근한 어르신 중 한 명이 되고 있는 과정이라고 봅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이렇게도 설명했다.

"말에 '뼈'가 참 많다"
문재인 전 대통령. [인스타그램]

"문 전 대통령의 메시지를 보면 그 안에 '뼈'가 있는 일이 많은 것 같네요. 윤석열 대통령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참가 뜻을 시사했던 그 시기에 '짱깨주의의 탄생' 책을 추천하지 않았습니까. 누가 봐도 저격 행보였지요. 아닌 척하면서 선거 패배 뒤 어수선해진 민주당에 전언(傳言)정치를 시도해 존재감을 계속 이어가려는 게 아닌가…."

국민의힘 관계자는 조심스럽게 이렇게 추측했다. 문 전 대통령이 일상을 부각하려는 듯하면서 결국 '정치적 메시지'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문 전 대통령이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김희교 광운대 교수의 책 '짱깨주의의 탄생'을 추천하며 "언론의 눈이 아닌 스스로 판단하는 눈을 갖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새삼 느끼게 해준다"고 한 점, 6·1 지방선거 직전 이재명 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혹시 쓸 데가 있을지 모르니 사진을 찍자"고 말한 점 등을 예시로 들었다.

강도 높은 지적도 나왔다.

전여옥 전 새누리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재명의 (지지층인)개딸·양아들에 열받은 것 아닌지? 아니면 질투?"라며 "'헤어지자'며 카톡을 보내놓곤 쉴 새 없이 '카톡카톡'하며 온갖 근황 사진을 올리는 격"이라고 했다.

의사와 상관없이 영향력은…
문재인 전 대통령. [인스타그램]

문 전 대통령의 뜻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그의 메시지에 따른 영향력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교보문고의 6월 둘째 주 베스트셀러 순위를 보면 문 전 대통령이 추천한 책은 역사·문화 분야에서 10위에 올랐다.

이 밖에 문 전 대통령이 사저 앞 고성 시위를 놓고 '반지성'이라고 밝힌 전 후로 민주당은 집시법 개정안을 한 달 새 4건이나 발의했다.

모욕적이고 악의적인 표현으로 사생활을 해치는 행위, '1인 시위'를 비롯해 시위를 중계방송해 후원금을 모집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자는 내용이다. 전직 대통령 사저 앞에서는 아예 집회를 막자는 법안도 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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