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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서해 공무원 피살, 정쟁 말고 진실규명에 협력해야

새 정부가 들어서면 과거사 청산이 통과의례처럼 따르기 마련이다. 특히 정책 노선에 큰 차이를 보이는 진보·보수 진영 간 정권교체가 이뤄진 이후에는 이런 현상이 더 뚜렷하다.

지금 여야가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는 서해 공무원(故 이대준 씨) 피살 사건도 정권교체를 실감하게 한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남북평화 이벤트에 몰두하던 문재인 정부가 당시 사건을 왜곡해 실종 공무원을 월북자로 몰았다며 문 전 대통령의 입장표명과 관련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우리 국민이 불태워지는 게 생중계되다시피 했다”며 “그런데도 진상규명에 애쓰기보다 이슈가 되는 걸 덮으려는 듯한 모습은 국가의 기본이 안 돼 있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국방부와 해양경찰청은 지난 16일 “자진 월북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문재인 정부 때의 입장을 뒤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이미 ‘월북’으로 결론이 났던 사건을 뚜렷한 근거 없이 뒤집어 이전 정부 흠집 내기를 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된 피살 공무원 사건자료를 국회 차원에서 공개하자는 국민의힘 요구에 대해선 “만약 우리나라 감청기관의 대북 감청 주파수를 다 바꾸고, 북한과 접촉하는 ‘휴민트(인적 정보)’를 다 무력화하겠다는 의도라면 국회 의결로 다 공개하자”며 “정말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당국의 발표로 사건의 실체가 규명되기는커녕 진실게임으로 흘러 국민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더 혼란스러운 지경이다.

여야의 주장에는 일장일단이 있다. 당시 해경은 실종자가 월북 의사를 밝혔다는 국방부의 북한군 감청 첩보를 근거로 월북으로 판단했다. ‘토막 첩보’만 가지고 월북 시도로 단정 지은 것이다. ‘월북이냐, 표류냐’에 대한 논란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국가의 국민생명권 보호 의무라는 사안의 본질이 흐려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대통령 기록물 정보를 공개하면 우리 첩보 시스템이 다 드러난다는 야당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 그렇다면 양쪽의 주장을 절충해 국회 정보위 위원들 입회하에 검경이나 감사원이 기록물을 열람하도록 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대통령 기록물’로 봉인된 정보를 공개하려면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이 정치적 목적으로 진실을 왜곡했다는 시선에서 벗어나려면 전향적 태도를 가져야 한다. 감사원이 이미 감사에 착수했고, 유족의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등 청와대 관계자 고소로 검찰의 직접 수사도 예고된 상황이다. 실체 규명의 압박은 전방위적이다. 떠밀려 하지 말고 민주당이 스스로 하는 게 더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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