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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 어른’ 송해, 생전 공무원에 “뭐하는 짓이야” 호통친 사연
현역 최고령 MC로 지난 8일 생을 마감한 방송인 송해. [연합]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향년 95세를 일기로 별세한 최고령 국민MC 송해(본명 송복희)가 ‘국민 어른’으로 기억될 훈훈한 일화들이 공개됐다.

송해 평전 ‘나는 딴따라다’(2015)를 집필한 오민석 단국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는 지난 13일 방송된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서 송해를 추모하면서, 그가 “공평하게”라는 말을 자주 썼다고 전했다.

오 교수는 “(송해가) 전국노래자랑 녹화할 때 그 지역의 행정가들, 지역 국회의원이라든가 지자체장들에게 절대 별도의 자리를 마련하지 않았다. 자리 없으면 중간에 앉으라고 했다”며 “무대의 주인은 행정가들이 아니라 국민이고 시민들이기 때문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충청도 어느 지역에서 리허설하는데, 공무원들이 관객들이 앉는 플라스틱 의자를 들고 앞으로 나왔다. 물어보니까 공무원들이 ‘여기 군수님 앉아야 하고, 구의원 앉아야 한다’고 하니까 송해가 그냥 소리를 질렀다”며 “‘당장 치워라’ ‘지금 뭐하는 짓이냐. 당신들이 제일 앞자리에 앉아 있으면 관객 국민이 다 긴장한다. 앉고 싶으면 저 뒤에 아무 데나 퍼져 앉아라. 특석이라는 건 없다’고 했다. 저는 그 위계를 단번에 무너뜨리는 게 아주 좋았다”고 했다.

이어 송해가 전국노래자랑 무대에 오르기 전 해당 지역 목욕탕을 꼭 들렀다면서 “지역 주민들하고 허심탄회 이야기를 해 봐야 당신이 무대에 섰을 때 더 이렇게 가깝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또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전국노래자랑 방영을 잠시 중단했던 때를 떠올리며 “녹화를 안 하니 악단 멤버들이 출연료를 못 받지 않나, 생활이 안 됐다”면서 “이분이 올라가서 담판을 지었다. ‘이 사람들 먹고살아야 하는 거 아니냐’ ‘그동안 노래자랑에 이바지한 게 얼마인데 배려해줘라. 돈 얼마나 된다고 그러냐’고 해서 밀린 출연료를 다 받았다. 대단하신 분”이라고 했다.

송해는 지난 8일 오전 서울 강남구 도곡동 자택에서 별세했다.

1927년 황해도 재령에서 태어나 1955년 창공악극단을 통해 데뷔했고, 1951년 한국전쟁 1·4후퇴 때 홀로 피란해 내려와 오랜 시간 대중과 같이 호흡하는 방송인의 길을 걸었다. 국내 최장수 TV 가요 프로그램인 전국노래자랑의 MC로 활약해온 고인은 ‘최고령 TV 음악 경연 프로그램 진행자’로 기네스 세계기록에 등재됐다.

better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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