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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고액자산가 ‘그들만의 은밀한 공간’
진화하는 금융권 PB센터
KB금융 압구정 플래그십센터
30억·50억…자산별로 층 나눠
동선 분리 PB자격 업그레이드
컬쳐뱅크 지향하는 하나금융
문화생활도 특별하게 ‘그들만’
우리은행, 본점에 전면 배치
명칭도 ‘익스클루시브’ 배타성 ↑
압구정플래그십 PB센터 조감도

국내 드라마 ‘펜트하우스’나 일본 드라마 ‘금붕어 아내’를 보면 부자들 사이에서도 층수로 계급이 그대로 드러난다. 각 층마다 자연스레 동선이 나눠지는데, 모두의 꿈은 단 한가지다. 아무나 접근할 수 없는 곳. 이왕이면 꼭대기층으로 올라가는 것. 이들에게는 ‘프라이버시’가 보장되고 남들을 내려다볼 수 있는 일종의 ‘암묵적 특권’이 최고의 선물인 셈이다.

금융사들 또한 자산가들을 잡기 위해 ‘더 높고, 더 내밀한’ 법칙을 PB센터에 적용하는 중이다. KB금융그룹은 오는 9월 중 압구정에 플래그십 PB센터를 오픈한다. 당초 7월 오픈을 예정했으나, 꼼꼼한 인테리어 등을 만들기 위해 이를 연기하기로 했다.

해당 PB센터가 오픈 전부터 관심을 끄는 건 다름 아닌 초고액자산가들을 상대하는 점포이기 때문이다. 기존에 금융사들이 30억원, 50억원 이상 고객들을 타깃으로 했던 것보다도 한단계 진입장벽이 높다. 총 7층 규모 건물을 통으로 쓴다는 점에서 기존 금융권의 PB센터와 규모면에서도 차이가 난다. 구체적인 방향은 나오지 않았으나, 플래그십센터를 대변하는 핵심 키워드는 ‘분리’로 잡았다. 쉽게 말해 자산가별로 이용하는 층수가 다르다는 얘기다. 패밀리오피스를 이용하는 초고액자산가들은 가장 높은 펜트하우스 층을 쓸 수 있다.

하지만 그 아래 금액을 예치한 자산가들은 동선이 제한된다. 30억원을 예치한 자산가는 초고액자산가들이 이용하는 라운지를 함부로 들어갈 수 없다는 얘기다. KB금융은 숙박하는 층 외에는 객실에 접근하지 못하는 ‘카드키’를 도입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공간만 차별화한다고해서 콧대높은 고객들을 유치할 수 없다. 이에 따라 PB들의 수준도 대폭 끌어올리기로 했다. KB국민은행, KB증권 내에 부유층을 대상으로 했던 스타PB 위에 등급을 추가로 신설키로 했다. PB들 또한 초고액자산가들을 만나려면 그에 걸맞는 자격을 갖춰야한다는 얘기다.

이처럼 위로 올라가려는 욕구, 그러면서도 본인들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자산가들을 잡기 위한 공간 배치 전략은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

하나금융이 2017년 처음 신설한 삼성동 클럽원은 아예 하나의 건물을 리모델링해 WM사업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 공간 또한 일종의 ‘컬쳐뱅크’를 지향해 담았다. 책을 읽고 음악을 듣거나, 세미나를 듣는 것조차 아무나 접근하지 못하는 공간에서 자산가들이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2호 점포인 한남 클럽원은 상담실 문을 아예 ‘가게 셔터’ 형태로 인테리어를 했다. 일반 금융사들이 제공하는 유리문이 아닌, 셔터문으로 만들어 자산가들에게 좀 더 은밀한 느낌을 더 주기 위해서다.

우리은행의 경우 고액자산가 특화점포명에 특권층을 위한다는 의미를 담아 기존 투체어스(Two Chairs)에 익스클루시브(Exclusive)를 붙였다. 해당 점포를 본점 1층에 배치, 은행의 얼굴이 곧 고객임을 표상했다.

자산가들의 층도 갈수록 정교해지는 만큼 공간의 미학을 활용한 영업은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통 자산가들이 여러 금융사에 돈을 분산해 놓는다”며 “만일 더 높은 층을 원하거나, 프리미엄 서비스를 누리고 싶다면 해당 은행으로 주력해달라는 일종의 마케팅”이라고 설명했다. 서정은 기자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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