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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봉 이상 대출 가능”…신용대출 규제, 다음 달부터 풀린다
행정지도 6월말로 일몰…작년 도입된 무더기 대출 규제 다 풀려
8월 이후 임대차법 3년차 ‘대출 대란’ 앞두고 실수요자 ‘숨통’

사진은 서울의 한 시중은행 대출 광고 안내판. [연합]

[헤럴드경제] 다음 달부터 주요 시중은행에서 금융 소비자는 자신의 연소득(연봉)보다 많은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달 말로 ‘연봉 이내’ 신용대출 규제가 효력을 잃기 때문인데, 이로써 지난해 금융당국과 은행들이 가계대출 억제 차원에서 도입한 여러 대출 규제가 사실상 모두 사라지는 셈이다.

2년 전 시행된 새 임대차법에 따라 전세 계약갱신청구권을 이미 사용해 오는 8월 이후 시세에 맞춰 전세보증금을 크게 올려줘야 하는 세입자를 포함, 돈 가뭄을 겪는 대출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단비 같은 소식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은 현행 신용대출의 ‘연봉 이내’ 한도 규제가 다음 달 풀리는 것으로 가정하고 관련 시스템을 점검하는 등 실행 준비에 들어갔다.

앞서 지난해 8월 금융당국은 시중은행 여신 담당 임원들과의 회의에서 “개인 신용대출 한도를 연 소득 수준으로 줄여달라”고 요청했고, 실제로 은행들은 8∼9월에 걸쳐 순차적으로 이 구두 지침을 이행했다.

작년 12월에는 금융위원회가 아예 신용대출 연 소득 이내 취급 제한 규정을 금융행정지도로서 ‘가계대출에 대한 리스크 관리기준’에 명시하고 효력 기한을 올해 6월 30일로 뒀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작년 8월 이후 지금까지 약 10개월 동안 신용대출을 철저하게 연 소득 범위에서 묶어왔다. 대출자의 신용등급·직장 정보 등에 따라 많게는 연 소득의 2∼3배에 이르던 규제 이전 신용대출 한도와 비교하면 사실상 2분의 1, 3분의 1로 축소된 것이다.

하지만 이 규정이 오는 6월 말 이후 연장 적용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만큼, 다음 달부터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기준만 충족한다면 은행권에서 다시 연봉 이상의 신용대출을 기대할 수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행 연봉 이내 한도 규제가 경직적이라는 지적이 있는 만큼 폐지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다수의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공통으로 “아직 당국으로부터 신용대출 한도 제한 규정을 연장하겠다는 공문 등 통보를 받지 못했다”며 “이 규정의 일몰 기한(6월 말)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지금까지 연장 얘기가 없는 만큼 은행권은 당연히 일몰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부 은행 관계자들은 “규정 일몰 이후 연봉 이상의 신용대출을 취급하려면 예전 사용하던 시스템 등을 부활시켜야 한다”며 “7월 1일 자로 바로 제한을 풀 수 있도록 이미 내부적으로 준비 중”이라고까지 말했다.

은행권은 ‘연봉 이내’ 신용대출 규제가 사라지면, 무엇보다 전세 관련 대출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는 7월 말로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지 2년을 맞기 때문이다.

임대차법에 따라 임차인은 전세 계약 기간을 2년 연장할 수 있고, 계약 갱신 시 임대료 인상률도 5% 이내로 묶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계약갱신청구권은 한 번만 쓸 수 있기 때문에, 2020년 8월 이후 청구권을 이미 행사한 전세 세입자는 올해 8월부터 다시 계약하려면 시세에 맞춰 보증금을 올려줘야 할 처지다.

따라서 이미 전세자금 대출을 최대한도인 5억원까지 꽉 채운 세입자의 경우 오른 전세 보증금을 마련하려면 신용대출에 기댈 수밖에 없고, 신용대출 한도가 연봉 이상으로 늘어나면 그나마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2018년 9월 5억9000만원에 최초 전세 계약을 체결하고 서울 마포구 모 아파트 25평형(80㎡)에 입주한 세입자(전세대출 4억원 조달) A씨는 2년 뒤 2020년 9월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보증금을 6억1500만원(4%대 인상률)까지만 올려줬다. 인상분(2500만원)은 전세대출을 더 받지 않고도 감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다시 2년이 지나 오는 9월에는 상황이 크게 달라진다. 올해 6월 기준으로 이 아파트의 전세 보증금 시세는 8억8000만원에 이른다. 계약갱신청구권을 다시 쓸 수가 없는 만큼, 당장 세입자는 2억6500만원(8억8000만-6억1500만원)을 마련해야 한다. 전세대출을 최대한도인 5억원까지 1억원 더 늘려 받아도 1억6500만원이 더 필요한데, 현행 규제에서는 연봉 8000만원인 A씨가 최대 8천만원의 신용대출을 받는다고 해도 역부족이다.

그러나 7월부터 신용등급과 직장평가 등에 따라 연봉의 2배인 1억6000만원의 신용대출이 가능해지면, A씨는 ‘주거 위기’를 넘길 수 있다.

다만 최근 크게 오른 대출 금리 탓에 A씨의 월 이자 부담이 단순 계산상 약 200만원까지 불어나는 것은 감수해야 한다.

‘연봉 이내 신용대출 한도 규제’의 폐지는 지난해 금융당국의 엄격한 가계대출 총량 규제 아래 은행들이 도입한 다수의 대출 규제가 거의 모두 풀려 이전 상태로 복원된다는 측면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올해 들어 시중은행들은 마이너스 통장 최대 5000만원 한도, 임차보증금 증액분만 잔금일 이전 전세 대출 허용, 비대면 대출 취급 축소 등의 규제를 대부분 없앴고, 가계대출 급증을 막는다며 올렸던 대출금리도 일제히 내렸다.

이제 마지막으로 연봉 이내 신용대출 한도 규제까지 사라지면 비로소 은행권의 대출 환경이 작년 초 수준으로 완전히 돌아가는 셈이다.

더구나 은행 입장에서는 올해 들어 계속 가계대출이 줄어드는 추세인 만큼, 영업 측면에서도 연봉 이상 신용대출 허용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5월 말 현재 701조615억원으로, 작년 12월 말 이후 다섯 달 동안 7조9914억원이나 감소했다.

다만 7월부터 총대출액이 1억원만 넘어도 차주(대출자)별 ‘DSR 40%’ 규제가 적용되고, 부동산·주식·가상화폐 등 자산시장도 여전히 부진한 만큼 대출 규제가 대부분 풀린다고 해도 대출이 생각만큼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7월부터 강화된 DSR 규제가 실행되면 어차피 근본적으로 빚투(대출 등 빚내서 투자) 등을 목적으로 상환 능력 이상으로 대출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주로 기존 대출이 없는 실수요자들이 신용대출 한도 확대 효과를 체감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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