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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전 없으면 ‘닥팔’?…미래위해 모태사업도 버리는 기업들 [비즈360]
尹정부 출범 후 산업격변 본격화
기업들 ‘결단 없음 미래도 없다’는 위기감 반영
삼성·SK·LG·두산 등 주축사업 종료 속속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SK그룹의 소재·화학 기업인 SKC가 지난 8일 모태사업인 산업용 필름 사업 일체(연구개발·생산·유통·판매)를 매각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필름 사업은 여전히 성장성이 높고 견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지만, 2차전지·반도체·친환경 중심의 사업 재편을 위한 결단이라는 입장이다. 이는 아무리 회사의 정체성과 역사가 서려있고 수익성이 좋더라도 미래 비전과 부합하지 않는 사업은 과감히 정리한다는 SK그룹의 전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SKC 필름 사업은 디스플레이, 모바일 등 첨단 정보통신 기기와 산업 용도로 쓰이는 제품을 생산한다. 1977년 국내 최초로 폴리에스테르(PET) 필름을 개발한 데 이어 1980년 국내 최초로 비디오테이프를 개발하는 등 국내 필름산업을 선도해왔다. 2000년대에는 디스플레이용 필름으로 주력제품을 전환하며 산업 발전을 뒷받침했고, 최근에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용 첨단 제품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에 매출 1조1319억원, 영업이익 689억원을 기록했다.

SKC는 이번에 확보한 재원 1조6000억원을 미래 성장동력 사업과 신사업 등에 투자한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SKC는 모태사업 매각으로 확보한 재원을 가지고 신규 성장사업에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실리콘 음극재 사업의 생산설비 투자가 하반기에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른 SK 계열사 중에서는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가 산업가스 생산시설에 대한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 시설은 산소, 질소, 아르곤 등을 정제한 뒤 만든 가스로 석유화학, 반도체, 철강, 의료 등에 공급하는 용도다. 이번 매각으로 확보된 자금은 신사업에 투자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도 정유 중심 사업구조를 탈피,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전환하는 차원에서 최근 미국 셰일오일 광구 사업에 철수한 데 이어 무산된 페루 광구 매각도 지속 추진 중이다.

채권단 체제를 겪으며 두산인프라코어, 두산건설 등 알짜 계열사를 정리해야 했던 두산 그룹도 최근 다시 사업 효율화 작업에 고삐를 당기고 있다. 그룹의 핵심 자회사인 두산에너빌리티(구 두산중공업)는 지난달 영국 발전자회사인 두산밥콕을 프랑스 기업 알트라드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두산밥콕은 발전소의 핵심 설비인 보일러 원천기술과 원자력발전 엔지니어링 기술을 보유한 업체다. 이번 매각은 차세대 원전이라 불리는 소형모듈원전(SMR) 시장 진출에 열을 내고 있는 두산에너빌리티의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7일 화학공업기기 자회사인 두산메카텍도 처분한다고 공표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번 딜의 목적으로 “친환경 에너지 중심의 사업구조 개편 가속화 및 재무구조 건전성 제고의 치원”이라고 설명했다. 두산메카텍은 압축기 전문 제조회사인 범한산업에 편입될 예정이다. 범한산업 입장에선 두산메카텍이 보유한 화학공업기기 뿐 아니라 수소액화기술 등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삼성·LG 그룹도 업력에 연연하지 않고 자사의 미래 구도와 전략에 필요도가 높지 않다고 판단되는 사업에 대해서는 지체없는 종료 절차를 밟고 있다. 삼성전기는 작년말 와이파이 통신모듈사업 일부를 한화솔루션에 팔았다. 와이파이 모듈은 스마트폰 등 IT 기기 간 통신의 핵심 부품으로, 삼성전기는 비주력 사업 정리 차원에서 이번 처분을 단행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1991년 첫 발걸음을 뗀 이후로 30년간 이어온 LCD 사업을 이달 종료한다. 중국 업체들의 공격적 시장 진입·확대에 따른 경쟁 심화와 수익성 악화로 사업을 점차 축소하다가 최종 마침표를 찍게 된 것이다.

지난해 사업 시작 26년만에 휴대폰 사업에서 철수한 LG전자는 지난 2월 태양광 사업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LG전자는 2010년 태양광 패널 사업을 시작해 N타입, 양면형 등 고효율 프리미엄 모듈 위주로 사업을 해왔다. 그러나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가 날로 심화되는 가운데 프리미엄 라인에서도 중국의 추격이 거세 결국 철수하게 됐다. LG전자가 예상보다 빠르게 이번 결정을 내린 데에는 그룹이 최근 강화하고 있는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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