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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팬데믹·전쟁·봉쇄까지…저성장·고물가 신음하는 지구촌
세계은행, 보고서 통해 경고
물가 상승·저성장·취약한 개도국…
“현 상황 1970년대 말과 유사하다”
향후 2년간 성장률 제로 가능성도
강달러·건전성·중앙銀 위상은 차이
각국 인플레이션 억제 속도가 관건
우크라이나 전쟁, 전염병 대유행, 공급망 교란 등으로 세계경제가 침체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유럽의 빵바구니’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밀 뿐 아니라 세계 식량 가격은 고공 행진 중이다. 세계은행은 7일(현지시간) 현 경제 상황을 1970년대 말·1980년대 초와 비교해 선진국이 고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은 연쇄적으로 금융위기에 빠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진은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한 제빵사가 빵을 굽고 있는 모습.
사진은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 한 주유소 앞에서 연료를 공급 받기 위해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는 모습. 최악의 경제난 속에 스리랑카 정부는 연료 배급제를 검토하고 있다. [EPA]

“세계 경제가 다시 위험에 빠졌다.”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WB) 총재가 7일(현지시간)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 서문에서 밝힌 경고다.

맬패스 총재는 “세계경제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느린 성장을 동시에 겪고 있다”며 “세계적인 경기 침체를 피한다고 해도, 주요 공급 증가가 시작되지 않는 한 스태그플레이션의 고통은 수년 간 계속될 수 있다”고 밝혔다.

WB은 이날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1월 전망치인 4.1%에서 5개월 새 무려 1.2%포인트 낮춘 2.9%를 제시했다. 우크라이나전쟁, 전염병 대유행, 공급망 교란, 인플레이션 등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세계 경제는 작년 전염병 대유행의 경기 침체에서 반등해 5.7% 성장했다. 올해는 성장동력이 크게 꺾였다는 진단이다.

WB은 “많은 국가에서 경기 침체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지난 2년 간 충격으로 인해 올해 개발도상국의 약 40%에서 1인당 실질 소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 이하로 밑돌 것”이라고 예상했다.

WB는 미국의 금리 상승이 개발도상국의 금융부담을 급격히 키우고, 유럽이 갑작스레 에너지 수입 중단에 직면하며, 중국이 다시 대규모 봉쇄에 나설 경우 올해 성장률이 2.1%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3.0%에서 1.5%로 하향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악의 상황이 현실화한다면 향후 2년간 성장률이 제로(0)에 가까울 수 있다는 게 WB의 경고다.

WB는 현 상황을 1970년대 말과 비교해 스태그플레이션의 위험을 경고했다. 인플레이션(Inflation)과 경기침체(Stagnation)를 합친 스태그플레이션은 성장률이 낮은 가운데서도 물가가 지속해서 상승하는 현상을 말한다. 주로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해 물가가 올라가지만 생산 위축으로 성장률은 부진할 때 벌어지는 일로, 1970년대 세계경제는 오일쇼크 이후 스태그플레이션을 겪었다.

당시 주요 선진국이 물가 억제를 위해 금리를 급격히 올림에 따라 1980년대 초 신흥국과 개발도상국(EMDE)에 연쇄 금융위기가 닥쳤다.

WB는 세 가지 측면에서 현재 상황이 1970년대와 유사하다고 봤다. 주요 선진국에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통화 완화 정책을 장기간 편 데다 공급 측면의 지속적 교란까지 겹쳐 물가 상승을 부채질한다는 점이 꼽혔다. 이로 인해 선진국들이 통화 긴축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같다.

하지만 당시와 비교해 현재는 달러가 강세이며, 유가의 상승폭이 비교적 적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를 반영한 실질 유가는 1980년대 수준보다 3분의 1 정도 낮다. 또 주요 금융기구의 재정 건전성을 살펴볼 수 있는 대차대조표도 더 양호하다는 게 WB의 평가다.

많은 개발도상국의 중앙은행이 물가 안정에 대한 더욱 분명한 권한을 가진 점 역시 다른 부분이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잡기에 실패할 경우가 우려됐다. WB는 내년에 인플레이션이 완화하겠지만 높은 인플레이션이 유지되면 일부 EMDE의 금융 위기와 함께 국제 경제의 급격한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플레이션을 초래한 요인인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WB는 올해 러시아의 경제성장률을 11.3%포인트 떨어뜨린 -8.9%로 전망했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성장률 전망치가 무려 48.3%포인트 하락한 -45.1%로 예상했다.

한지숙 기자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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