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세상속으로] 소상공인 재난지원금 취지 잘 살펴야

경상북도에서 부동산업을 하던 A씨는 코로나19로 사업이 어려워져 1년 간휴업을 하게 됐다. 그러다 소매업은 장사가 좀 될까 싶어 아이스크림 할인점으로 업종을 바꿔 다시 개업했다. 하지만 매출은 좀처럼 늘지 않았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관련기관에 재난지원금을 신청한 A씨는 지급 대상이 아니라는, 청천벽력 같은 통보를 받았다. “저는 올해 아이스크림 할인점을 창업했는데 시작했을 때보다 현재 매출이 줄어서 지급 대상이 맞는데요” “작년에 부동산 하셨잖아요? 작년에는 매출이 없다가 올해 매출이 생겼으니 매출액이 늘어서 지급 대상이 아니에요.” 업종 변경은 사업자등록 ‘정정’만 하면 되는 것이어서 계속 사업을 했던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니, 왜, 부동산 매출과 아이스크림 매출을 같이 비교하는가? 심지어 부동산업은 재난지원금 지급 업종에 해당하지도 않는데 말이다.

경기도에서 줄넘기학원을 운영하는 B씨는 관할구청으로부터 ‘사업자등록을 다시 해야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법이 바뀌어서 체육학원을 일반서비스업에서 체육교습업으로 바꿔 부르기로 했다는 것이다. B씨는 구청 직원의 말에 따라 학원의 업종만 바꿔서 다시 사업자등록을 했다. 그런데 얼마 후 B씨는 이 일로 인하여 재난지원금 지급을 거절당했다. 사업자등록을 ‘신규’로 한 것이 지급 불가의 이유였다. 정부가 시행하는 정책을 충실히 이행했을 뿐인데 불이익을 받게 된 것이다.

2년이 넘게 이어진 코로나 팬데믹은 우리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특히 소상공인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영업 제한, 줄어드는 손님들, 폐업과 도산 등등 끊임없는 도전에 직면해 힘겨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이러한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지원하고자 도입한 정책이 재난지원금 제도인데, 이 재난지원금을 받는 것이 또 하나의 도전이 될 만큼 어려워서는 안 될 것이다.

정부의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등 행정기관의 재난지원금 업무 담당자들은 관련 규정과 업무 매뉴얼을 기준으로 충실히 업무를 수행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양한 현실을 몇 장 서류에 모두 담아 규정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규정 본래의 취지를 잘 이해해 사안마다 현실에 맞게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A씨와 B씨는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민원을 제기해 재난지원금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비록 규정이 ‘사업자등록을 신규로 한 경우’와 ‘계속 사업을 하고 있는 경우’로 나누어서 매출액 판단 기준을 다르게 하고 있지만 ‘정정 또는 신규’로 한 전후 사정과 실제 운영 현황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재난지원금 지원 취지에 부합하는 것이다. 국민권익위는 A씨의 경우 신규사업장, B씨의 경우 계속사업장으로 보아 자금 지원 여부를 재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관련기관은 이를 수용해 민원이 모두 해결될 수 있었다. 작년 한 해 동안 국민권익위가 조사한 ‘소상공인 경영 안정을 위한 재난지원금 관련 고충민원’은 154건에 달하고 이 중 87건이 해결됐다.

국민권익위는 ‘행정의 종합 AS기관’으로 불리기도 한다. 행정기관의 위법·부당한 처분이나 소극적 행정, 불합리한 제도로 불편을 느낀 사람이라면 누구나 국민권익위에 고충민원을 신청할 수 있다.

‘시인은 종이를 통해 그 안에 담겨 있는 구름을 볼 수 있다’는 말이 있다. 구름에서 내리는 비가 나무를 키워 시인이 시를 쓸 수 있는 종이를 만들어낸다는 이야기다. 구름과 비, 나무와 시인 모두 서로가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상호의존적 관계에 있는 것이다.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지금 공존의 의미가 더욱 중요해지는 시기다. 지금 이 순간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을 소상공인들에게 국민권익위원회가 큰 힘과 위로가 되어 줄 수 있다면 좋겠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소상공인을 응원한다.

이정희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fact0514@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