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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드사 돈줄’ 여전채 금리 10년만에 4% 목전…유동성 적신호 켜지나
1년새 금리 1%대에서 3%대 후반으로
자금조달 부담에 차입선 다변화 절실
카드론 금리는 오히려 하향세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카드사들의 자금 조달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카드사는 은행이나 보험사와 달리 예금이나 보험료를 받지 않아 채권을 찍어 대부분의 자금을 조달한다. 그런데 금리가 오르면서 대출사업을 하려면, 더 많은 이자비용을 들여 자금을 끌어와야만 하게 됐다. 실제 카드업계 주요 자금 조달 수단인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금리는 연 4%를 눈앞에 두고 있다. 카드사의 자금 조달 비용이 급증하면 서민들의 급전 창구인 카드론 금리도 상승 압박을 받게 된다.

[123RF]
여전채 금리 1년새 1%대에서 4% 목전

3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의 채권시가평가기준수익률을 보면, 국내 카드사 중 신용등급이 가장 높은 AA+등급(신한카드, KB국민카드, 삼성카드)의 3년물 여전채 금리가 지난달 3일 기준 3.90%를 기록했다. 2021년 1분기말 1.46%였던 것을 감안하면 1년새 약 2.7배 오른 셈이다. 특히 해당 금리가 3.90%를 기록한 것은 2012년 4월 12일 이후 처음이다.

카드사는 대출 사업에 필요한 자금의 70% 이상을 여전채를 통해 조달한다. 여전채 및 국고채 3년물 스프레드(금리차)는 같은 기간 0.33%포인트에서 0.77%포인트로 두 배 이상 커졌다. 국고채와 여전채 사이 스프레드가 커질수록 카드사들은 그 상승분을 고스란히 비용으로 부담해야 한다.

건전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카드사 상황은 더 심각하다. 신용등급이 낮은 카드사들은 운영에 여유가 있는 장기물 대신 고금리의 단기물 중심으로 발행할 수밖에 없다.

실제 단기채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의 여전채 발행 현황을 보면, 1~3년 단기 카드채 비중이 올 3월 70%에서 5월말 기준 81%로 상승했다.

5월 31일 발행된 AA0등급의 하나카드 여전채 1년물 금리가 3.37%, 2년물이 3.63%, 4년물이 3.77%를 기록했고, 5년물 이상은 발행하지 않았다. 이보다 앞서 25일 우리카드 여전채 2년물은 3.65%, 3년물은 3.64%, 5년물은 3.73%를 나타냈다. 7년 이상 장기물은 없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AA+등급이 아닌 카드사는 자금운영의 여유가 있는 장기물 발행 조차도 쉽지 않다”며 “이에 따라 금리가 높더라도 단기물에 편중돼 여전채를 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의 우려가 커지자 금융당국도 카드사의 유동성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카드사들은 금융지주 계열이거나 모회사가 있고, 2년전 ELS(유가연계증권) 마진콜(증거금 추가 납입 통지) 사태의 학습효과도 있어 타 여신업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준비를 잘 하고 있고 것으로 안다”면서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거시 지표가 안 좋아지면서 자금조달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이에 대한 대비를 강화할 것을 지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형준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반 회사채는 기관의 수요예측을 하고 발행하는 반면 여전채는 일괄발행이고, 특히 만기나 금액 조정 등 발행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단기물에 집중되고 있다”며 “여전채를 증권사가 인수해서 금리가 오르면 금리와 역의 관계인 채권가격이 떨어지면서 손실을 보는 구조여서 장기물을 들고 있으면 금리 상승에 따른 부담을 지게 되고 이에 따라 시장에서도 장기물을 꺼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차입선 다변화 시급…해외차입 여의치 않아

주요 운영자금원인 여전채 발행에 제약을 받게 되자 카드업계는 해외차입 등 차입선 다변화에 눈을 돌리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최근 금리상승에 따라 여전사들이 회사채 발행 등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외화차입 확대를 통해 차입선을 다변화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유동성 리스크에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도 여의치 않다.

금융당국이 2011년 7월 시행된 원화용도 외화차입 축소 규제 관련 행정지도가 2015년 7월에 폐지되면서 형식상으로는 여전사에 대한 외화차입 규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외화 총량 관리를 하는 기획재정부와 사전협의를 거쳐야 해 카드업계는 신규 외화차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해외차입을 위해 카드사 몇개사가 같이 나가거나 공기업이 큰 규모로 차입을 하려할 때 금리 조건이 맞지 않거나 한국물에 대한 수요 자체가 많지 않아 발행에 실패할 수도 있다”며 “발행에 실패하거나 연기가 되면 가산금리나 프리미엄이 붙을 수 있어 후속으로 해외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화차입은 한국 경제 전체의 외화 채무를 늘리는 것인 만큼 외화 총량을 관리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대외 건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회사들의 해외 채권 발생 시기와 물량에 대해 협의하는 단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카드론 금리는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4월말 기준 7개 전업카드사의 카드론 평균 금리는 12.98%로 집계됐다. 1월 13.66%이던 카드론 금리는 2월 13.54%, 3월 13.26%로 계속 낮아지고 있다.

카드사의 자금 조달 비용이 급증하면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카드론 금리도 오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당분간 상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현재 카드사 연체율이 높진 않지만 경기 상황으로 인해 향후 연체율이 올라갈 가능성에 대비한 대손 관리 차원에서 우량 고객을 중심으로 카드론을 운영하고 있다”며 “기준금리가 오르면 카드론 금리도 연동돼야 하지만 저신용 고객들을 위한 상품도 필요한 만큼 금리를 법정최고금리 수준인 20%까지 올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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