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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집 선생님이 만든 회사, 대기업도 반했다
이채진 ‘코끼리공장’ 대표
폐기운명 장난감 고쳐 재사용
못쓸 경우엔 재생소재 재탄생
현대차·롯데케미칼 힘 실어줘
“빈부차 없는 장난감 세상이 꿈”
이채진 코끼리공장 대표. 코끼리공장은 전국 3000여개 아동복지시설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장난감을 수리하고 순환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코끼리공장 제공]

“장난감 빈부격차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게 저희의 꿈입니다.”

장난감 순환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코끼리공장’의 창업자 이채진 대표는 최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코끼리공장은 폐기될 운명의 장난감을 모은 뒤,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수리·소독해 취약 아동 및 아동복지기관에 나눠주고 있다. 다시 쓸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장난감은 분해해 재생소재로 재탄생시키는데, 이같은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현대차, 롯데케미칼 등 대기업도 손을 보탰다.

이 대표는 회사를 창업한 2014년 이전까진 울산의 한 어린이집 선생님이었다. 정부와 지자체 지원 아래 구단위로 진행되던 장난감 대여 사업을 우연히 맡게 됐는데, 고장난 장난감을 수리하려다 마주친 부실한 AS 시스템이 사업 계기가 됐다.

이 대표는 “국내 장난감 제조·유통사들의 연락처를 전부 뒤졌지만, 최종적으로 AS를 해준다는 곳은 5%밖에 안 됐다”며 “그 중에서도 AS 시스템을 돌리기 위한 인건비가 부담돼 수리 요청을 무시하거나 아예 새 제품을 보내는 업체가 대부분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장난감 대여 사업을 포기하지 않았다. 손재주 있다는 지역 시민 10여명을 모아 장난감 수리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 개인 자금을 부어가면서까지 가까스로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던 중, 이 대표 눈에 사회적기업을 육성한다는 고용노동부의 홍보 전단지가 들어왔다. 코끼리공장은 당시 지원을 받은 400여개 법인 중 대상을 차지했다.

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보육진흥원은 오는 2024년까지 약 4만여개 어린이집이 코끼리공장과 장난감 순환 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현재 코끼리공장은 약 3000개 시설과 거래하고 있는데, 이르면 2년 내 그 수가 10배 이상으로 불어나게 되는 셈이다.

코끼리공장의 사업이 ‘환경’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은 성장의 기폭제가 됐다. 코끼리공장의 친환경성을 주목한 현대자동차그룹의 지원으로 비영리법인 ‘그린무브공작소’를 설립해, 기존 거점인 울산 외에 수도권에서도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장난감은 고부가합성수지(ABS), 폴리프로필렌(PP), 폴리스티렌(PS) 등 다양한 종류의 플라스틱뿐 아니라 나사, 전선, 모터 등 다양한 부품으로 구성돼 있어 대부분 재활용이 어렵다. 그래서 대부분 매립되거나 소각되고, 이산화탄소와 다양한 환경오염물질을 배출한다.

이 대표는 “수리하고 재사용하는 문화를 만들어내는 것은 환경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비스를 전국 규모로 확장하기 위해, 코끼리공장은 소재 사업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확보한 장난감 중 30%는 다시 쓰기 힘들어 결국 폐기해야 하는데, 폐기될 장난감을 고품질의 재생소재로 재탄생시켜 본업을 이어가기 위한 기반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소재 사업에선 롯데케미칼과 손을 잡았다. 이 대표는 “장난감을 고부가가치 재생소재로 만들어내는 선별 기술을 롯데케미칼과의 협력 체계를 통해 구축하고 있다” 고 전했다.

최준선 기자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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