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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박 가격 13년 만에 최고인데…한국 조선사들 웃지 못하는 이유는? [비즈360]
클락슨리서치 신조선가지수 160.08포인트
2009년 2월 이후 첫 160포인트선 돌파
수주증가에 후판값 영향 결정적
후판값 400억원 늘 때 조선가 196억원 상승 그쳐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글로벌 조선 시장에서 선박 가격이 13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왔다. 그럼에도 세계 1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그룹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사들은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모습이다. 조선 가격 강세에는 후판 등 주요 원자재 단가 상승이 배후에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우크라이나 사태가 촉발한 글로벌 인플레이션 현상은 철광석 등 각종 원자재값을 빠르게 끌어 올렸는데, 이에 따른 원가 손실이 충분히 보전되기 위해서는 선박 가격이 더 크게 올라야 한다는 게 조선사들의 속내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가 지닌달 27일 발표한 신조선가지수(Newbuilding Price Index)는 160.08포인트를 기록, 조선업이 최고호황을 누렸던 2009년 2월 이후 13년 만에 처음으로 160포인트선을 돌파했다. 157.78포인트였던 지난 4월 대비 1.5% 증가했고 작년 5월(136.10포인트)보다는 17.6% 상승했다. 세계 선박시장은 신조선 시장과 중고선 시장으로 나뉘는데, 신조선가는 새로운 선박을 건조할 때 선주와 조선소 간 맺는 계약 가격을 가리킨다.

이같은 선박 가격 상승에는 수주 증가에 따른 조선사들이 협상력 상승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선박 발주량은 4990만 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전년대비 104.8% 증가했다. 이는 2013년 이후 최고치이며, 종전 5개년(2016~2020년) 평균 발주량(2701만 CGT) 대비로도 84.8% 높은 상황이다. 국내 조선사들은 지난해 수주량도 1756만 CGT를 기록, 재작년(874만 CGT)의 두배 수준으로 성장했고, 4월말 현재 수주잔고(3268만 CGT)는 2014년 이후 가장 높다. 이재광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2021년 발주 급증으로 현재 글로벌 신조선 시장은 ‘수요우위시장(Buyer’s Market)’에서 ‘공급우위시장(Seller’s Market)’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신조선가 상승에는 후판(선박에 쓰이는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 도료 등 원자재 가격이 주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선가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은 후판과 도료 등 원자재 가격 및 인건비 상승에 따른 원가상승”이라고 말했다. 현재 건조 원가의 20%를 차지하는 후판 가격은 조선사·철강사 합의에 따라 작년 인상에 이어 올 상반기 투입분에 대해서도 톤(t)당 10만원 가량 인상될 예정이다.

KB증권에 따르면 4만t 정도의 강재(후판)를 사용하는 1만50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대분)급 컨테이너선의 경우 강재값이 t당 10만원 인상될 경우 400억원의 추가 원가 부담이 발생되고, 이는 영업이익률을 2%포인트 가량 낮추게 된다. 이에 반해 올 1만5000TEU급 컨테이너선의 선가 상승폭은 196억원이라 강재 인상분의 절반도 채 가격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선박 외판 도장용 페인트 가격도 크게 올랐다. 유가 상승에 따라 석유화학제품의 원료가 되는 나프타 가격이 급등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부문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에 따르면 올 1분기 페인트 가격은 리터당 4.2달러로 작년(3.75달러)보다 12% 올랐고 재작년(3.10달러)보다는 35% 상승했다.

이에 따라 최근 수주 랠리에 따른 기대 분위기와 달라 조선사들의 원가 부담은 작년보다 더 높아진 상황이고 이는 재무구조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 1분기 3조907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2932억원 당기순손실을 냈다. 작년 1분기에는 이보다 적은 3조6815억원의 매출을 보였음에도 63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는데, 1년 전과 달라진 점은 매출원가율이다.

지난해 1분기 매출원가는 3조4818억원으로 95%의 매출원가율을 보였다. 이 역시 높은 수준이지만 그럼에도 이익을 냈다. 그러나 올 1분기에는 매출원가가 4조818억원으로 104%의 매출원가율을 기록했다. 기업은 제품을 판 금액(매출)에서 재료비(원가)를 제외해 마진을 챙기는데 원가율이 100%를 넘었다는 얘기는 제품값보다 재료비가 더 들어갔다는 뜻이다. 여기에 인건비, 시설유지비 등 관리비가 더해지면 적자폭은 더 커지게 된다.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다른 조선사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1분기 대우조선해양의 매출원가율은 133%로 작년 1분기(116%)보다 상승했다. 이로써 1분기 당기순손실 규모는 4918억원으로 작년 1분기(-2347억원)보다 적자규모가 두 배 이상 확대됐다. 삼성중공업은 1분기 1039억원을 적자를 기록했지만 작년 1분기(-5359억원)의 5분의 1 수준으로 축소됐다. 이는 원자재값 상승 방어에 성공한 결과로 보이는데, 실제로 삼성중공업의 1분기 매출원가율은 99%로 작년 1분기(124%)보다 큰 폭 개선됐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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