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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달 원리금만 300만원…영끌족 “집 못팔고 이사도 못갈판” [금리 급등, 주택시장은 지금]
한숨소리 노·도·강 현장 가보니
전세난에 금리인상 엎친데덮쳐
갭투자 젊은 집주인들 진퇴양난
매물은 늘어나는데…거래 끊겨
“일단 버텨보자” 급매 꺼리고…
“집값 떨어질까” 살사람도 관망
대출 금리가 급등하면서 이른바 영끌족들의 투자가 몰렸던 지역을 중심으로 매물이 늘고 가격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노원구 중계동 인근 아파트 단지의 모습. 유오상 기자

#. 올해 결혼 2년차 공무원 부부인 이모(36·여) 씨는 최근 이사할 전셋집을 찾아보느라 연차의 대부분을 사용했다. 지난주 내내 휴가를 내고 새 집을 찾아보려 했지만, 최근 높아진 전셋값 탓에 결혼 전에 전세를 구했던 양천구 목동 인근에서는 집을 구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결혼 직전 배우자가 구입한 도봉구의 ‘갭투자’ 아파트는 최근 대출 이자가 급등한 탓에 더 큰 부담을 안기고 있다. 현재 거주 중인 전셋집의 전세자금 대출에 갭투자에 활용한 신용 대출까지 더해져 부부가 매달 내고 있는 원금과 이자는 300만원에 달한다. 초저금리를 활용해 최대한으로 대출을 활용했던 것이 막대한 부담을 안기고 있는 것이다.

이 씨는 “지난 주말 직장과 거리가 있는 광명에 갔지만, 가격이 많이 올라 같은 전세 대출금으로는 작은 평수밖에 갈 곳이 없었다. 지금은 김포까지 범위를 넓혔다”라며 “갭투자한 아파트를 팔아보려 했지만, 공인중개사는 ‘이미 매물이 쌓여 당장 팔리긴 어렵겠다’는 말을 했다. 이자 부담에 이사 비용 마련조차 쉽지 않다”고 하소연 했다.

임대차3법 부작용에 따른 전세 가격 급등에 더해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이어 인상하자 이 씨와 같은 이른바 ‘영끌족’으로 불리는 젊은 주택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그간 서울과 수도권 집값 상승을 견인했던 영끌족이 높아진 대출 이자 탓에 신음하자 주택 매매 시장 역시 덩달아 얼어붙고 있다.

실제 이 씨 부부가 대출을 통해 매매했던 도봉구 쌍문동의 한 준공 33년차 아파트 단지는 지난 2020년 전용 56㎡이 3억원에서 4억원으로 한차례 가격이 급등한 이후 지난해 5억5000만원에 다시 신고가를 경신했다. 그러나 이후 반년 넘게 거래가 없는 상황이다. 호가는 계속 높아지며 매물이 늘고 있는데, 정작 매수자들은 ‘가격이 너무 올랐다’라며 구입을 망설이고 있다.

쌍문동의 한 공인 대표는 “젊은 집주인들이 최근 매물을 내놓고 있는 것은 맞지만, 매매 호가에 대한 생각은 다 다른 상황”이라며 “어떤 집주인은 오히려 ‘이 밑으로는 못 판다’라며 호가를 올려 내놓고, 어떤 집주인은 ‘급하니까 다른 데보다 조금만 더 싸게 내놓겠다’며 호가를 더 내리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흐름은 젊은 투자자들의 ‘영끌 갭투자’가 몰렸던 노원구와 강북구도 마찬가지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들어 노원구 아파트 매매가격 하락률은 0.34%에 달했다. 도봉구 역시 같은 기간 0.38%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서울 강북지역의 ‘갭투자’ 성지로 젊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았던 노원구 상계동의 주공아파트 단지는 최근 투자자들의 매도 문의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매매호가가 한 달만에 3억이 뛰어오르는 등 재건축 기대감과 부동산 규제 사각지대가 맞물렸던 지역이지만, 최근에는 높아진 금리 탓에 대출을 받아 산 아파트를 다시 내놓고 있다.

노원구 상계주공 6단지의 경우, 지난해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3월 7억7000만원에 거래됐던 전용59㎡의 호가가 9억원까지 뛰었다. 같은 해 9월에는 같은 평형이 9억4000만원에 거래되며 기대감을 높였는데, 이후 거래가 끊겼다. 오히려 장기간 거래가 안 되는 상황에서 지난 3월 7억9500만원에 급매물이 거래돼 영끌족의 불안감을 부추겼다.

상계동의 한 공인 대표는 “매물은 많지만, 같은 평형에 그정도 급매물이 아니고서는 거래가 되지 않는 상황이다. 오히려 지금 매물 호가는 9억5000만원까지 올라와 있는데, 지금 당장은 이자 부담이 있더라도 내려 팔지는 않겠다는 입장이 다수”라고 설명했다.

노원구의 중계주공5단지는 전용 44㎡가 지난해 9월 6억7000만원에 신고가를 경신한 이후 꾸준히 매매 가격이 하락 중이다. 지난해 10월 같은 평형이 6억400만원에 거래됐고, 이후 5억9500만원을 거쳐 5억7000만원까지 내려갔고, 지난 3월에는 5억6000만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중계동 인근의 한 공인 대표는 “매수 문의자 중에는 대출 이자가 더 높아지면 아파트 매매 가격이 더 떨어지지 않겠느냐는 반응도 있다”라며 “집주인과 매수자의 인식 차이가 큰 상황이기 때문에 당분간 거래는 뜸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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