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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보리, 대북 추가제재 부결…한·미·일vs북·중·러 구도 고착화
北 잇따른 ICBM 발사로 ‘레드라인’ 넘자 美 표결 강행
15개 이사국 중 13개국 찬성했지만 ‘중·러’ 반대로 부결
외교부 “대북제재안 첫 부결에 깊은 유감…신뢰 훼손”
7차 핵실험 앞두고 北 비호 압박…한·미·일 강경대응 과시
바이든 순방 계기 新냉전구도 고착화…韓 운신 폭 우려
“이미 구축된 진영 속 국익 챙겨야”…외교 기반 확대 관건
북한의 화성-17형 시험발사 장면. [연합]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3월24일)한 데 대한 추가 제재 결의안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17년 12월22일 안보리가 대북 결의 제2397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한 후 첫 대북제재 표결이었지만,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부결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계기로 한반도를 둘러싸고 선명해진 한·미·일과 북·중·러의 대결 구도가 고착화되는 양상이다.

안보리는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회의를 열고 대북 원유와 정제유 공급량 상한선을 줄이는 대북 추가 제재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으나 찬성 13개국, 반대 2개국으로 최종 부결됐다. 안보리 결의안은 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이 찬성하고, 동시에 5개 상임이사국(미·영·프·러·중) 중 한 국가도 반대하지 않아야 한다. 이번 표결에서 반대 2개국이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다.

올 들어 북한이 ICBM을 포함한 탄도미사일을 잇달아 시험 발사하자 미국은 추가 제재 결의안을 준비해왔다. 앞서 안보리가 만장일치로 채택한 제재 결의 제2397호에는 북한이 핵실험 또는 ICBM 시험 발사를 하면 유류공급 제재 강화를 자동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방아쇠’(트리거) 조항이 들어있다.

미국은 지난 3월 추가 제재 결의안 초안을 마련해 안보리 이사국들과 논의를 해왔고, 지난 25일 북한이 ICBM과 단거리 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하자 표결을 강행했다. 5월 안보리 순회 의장국이다. 이번에 공개된 결의안은 대북 원유와 정제유 공급량 상한선을 기존보다 각각 25%씩 삭감한 300만배럴과 37만5000배럴로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한다. 국제사회가 북한에 담뱃잎과 담배 제품을 수출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도 담겨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애연가로 알려져 있다.

중·러의 반대로 부결 수순이었지만 그럼에도 미국이 표결을 강행한 것은 국제사회에 보내는 ‘압박’의 메시지로 풀이된다. 표결 결과 찬성 13 대 반대 2로 북한을 비호하는 중·러의 외교적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북한의 7차 핵실험을 단행할 경우 중·러의 반대 논리는 무력화되는 수순이다. 또 한·미·일이 일치된 목소리로 강경한 대북 대응 방침을 천명하는 효과도 있다. 외교부는 27일 대변인 논평을 통해 “대다수 안보리 이사국의 찬성에도 불구하고 채택되지 못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이라며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이 최초로 부결된 사례로, 안보리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를 크게 훼손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의 한·일 순방과 이번 안보리 표결로 안보와 경제에서의 신(新)냉전체제 구도는 더욱 선명해졌다. 한미·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일은 3각 협력 체제를 과시하며 북한을 압박했다. 여기에 중국 견제 목적의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가 출범하고, 일본에서 개최된 쿼드(Quad·미국 일본 인도 호주 연합체) 정상회의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비판 메시지까지 중·러를 자극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마지막 날인 24일 중·러 군용기는 한·일 방공식별구역을 진입했고, 다음날인 25일 북한은 ICBM과 단거리 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하며 한·미·일을 동시에 견제했다. 전성훈 국민대 겸임교수는 “한·미·일, 북·중·러의 진영은 이미 구축된 것이고 우리 힘으로 변경할 수 있는 구도가 아니다”라며 “우리는 이러한 구도 속에서 생존전략을 찾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강대국들의 진영 구도가 고착화돼 대결 국면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면서 한국이 외교와 남북관계에서의 운신의 폭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신냉전 구도에서 국익을 도모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진영이 구축된 이상 우리는 미·일과 가까이하면서도 국익을 챙겨야 한다”며 “유럽연합(EU)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 등 우리와 뜻을 같이하는 다른 국가들과의 관계를 확대해 외교 기반을 폭넓게 다져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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