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공포에 전격 결정
물가안정 통화정책 ‘절박함’ 반영
한은 “당분간 물가 5%대 오름세”
美도 긴축…7월 ‘빅스텝’ 가능성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취임 이후 처음으로 의사봉을 잡은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했다. 한은은 26일 기준금리를 1.50%에서 1.75%로 0.25%포인트 상향했다. 5%를 위협하는 소비자물가 상승 압박과 미국 등 주요국의 긴축 속도에 따른 결정으로 풀이된다.
▶당분간 5%대 물가오름세…통제벗어난 물가=한은의 이같은 기준금리 인상 결정은 인플레이션 공포가 더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4월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1.50% 올린 데 이어 또다시 1.75%로 두달 연속 인상에 나선 것은, 물가 안정을 위한 통화정책의 때를 놓칠 수 없다는 절박함을 반영한다.
한은은 이날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4.5%로 상향했다. 당초 물가상승률 목표인 2%의 배가 넘는다. 한은의 연간 4%대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은 2011년 7월(연 4.0% 전망)이 마지막으로, 약 11년 만이다.
물가는 나날이 상승 속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과 공급망 차질 등으로 1년 전보다 4.8%가 뛰었다. 2008년 10월(4.8%) 이후 1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은은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5%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금년중 근원인플레이션율은 3%대 초반으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기대인플레이션율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경제 주체들의 물가상승 기대를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실제 물가 지표를 밀어올릴 가능성이 있어, 통화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소다. 5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3%로 2012년 10월(3.3%) 이후 9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긴축 서두르는 美…7월 ‘빅스텝’ 가능성은=미국 등 주요국이 인플레이션 공포에 서둘러 긴축으로 돌아서는 것도, 한은이 연이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도록 했다.
미 CNBC방송에 따르면 25일(현지시간) 공개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5월 정례회의에서 ‘인플레이션’이라는 단어가 60차례나 거론됐다. 또 의사록에서 “모든 참석자는 물가 안정을 복원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는 강한 약속과 의지를 재확인했다”며 6월과 7월 또다시 기준금리를 0.50%포인트씩 올리는 ‘빅스텝’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이렇게 되면 한미간 금리차는 7월 역전되게 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 교수는 “영국이나 유럽연합등이 0.25%포인트씩 기준금리 인상을 고집하지 않는 만큼, 한은도 더 폭을 넓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서 교수는 “한미간 금리차 역전으로 환율이 더 올라가면 수입물가 뿐 아니라, 수입 단가도 높아져 무역적자로 이어질 수 있다”며 “수출입실적이 국내총생산(GDP)의 42%를 차지하는 한국으로선 결국 경기가 더 안좋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앞서 한미간 금리차 역전으로 인한 자본 유출은 우리나라의 펀더멘털을 고려할 때 (과거와 같이)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지만, 환율은 물가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한은 금통위가 한꺼번에 0.50%포인트를 올리는 빅스텝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다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한은이 향후 두 차례 가량 금리 인상에 나서 올해에는 기준금리가 2.25%로 올라설 것으로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도 20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한은이 이달을 비롯해 7월과 10월 추가적으로 0.2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내년 중반께 기준금리가 2.5%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만약 이 전망대로라면 기준금리 2.5%는 2014년 8월 이후 처음이다. 성연진·박자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