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오른쪽)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제레미아 마넬레 솔로몬제도 외교장관과 대화하는 모습. [AP]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중국이 남태평양 국가들과의 자유무역협정(FTA) 구상과 안보 협력 강화 방안 등을 담은 포괄적 합의를 추진한다고 AFP 통신이 25일 보도했다.

타결되면 중국 견제에 방점이 찍힌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맞서는 중요한 포석이 될 전망이다.

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26일 시작되는 왕이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남태평양 도서국 등 8개국 순방 계기에 방문국들과 이른바 ‘포괄적 개발 비전(comprehensive development vision)’을 논의할 예정이다.

포괄적 개발 비전 초안에는 남태평양 10개 소국에 대한 중국의 수백만달러 규모 지원, 중국과 남태평양 국가들간의 FTA 전망, 중국 시장에 대한 접근권 등이 포함됐다고 AFP는 전했다.

이 계획이 관련국들의 동의 하에 정식 추진되면 중국은 현지 경찰 훈련, 지역 내 사이버 안보 관여, 각국과의 정치적 관계 확대, 해도(海圖) 작성, 천연자원에 대한 접근권 확대 등을 얻게 된다고 AFP는 전했다.

현지 경찰 훈련의 경우 중국 경찰 인력이 현지에 상주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남태평양 소국들을 중국의 영향권 안으로 밀어 넣는 내용으로 평가된다. 왕이 부장이 30일 피지를 방문해 중국-태평양도서국 외교장관 회의를 개최할 때 포괄적 개발 비전이 5개년 계획과 함께 논의될 것이라고 AFP는 전망했다.

왕이 외교부장은 26일부터 6월 4일까지 솔로몬제도, 키리바시, 사모아, 피지, 통가, 바누아투, 파푸아뉴기니, 동티모르 등 8개국을 공식 방문한다.

중국은 태평양 내 외교·안보 거점 확대를 통해 미국의 중국 포위 전략에 대응한다는 구상 하에 남태평양 소국들과의 관계 강화를 모색해왔다.

남태평양 도서국들은 미국의 군사 거점인 괌과 멀지 않고 호주와도 약 2000㎞ 거리에 있어 중국에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앞서 중국은 필요시 자국 함정을 솔로몬제도에 파견하고, 현지에서 물류 보급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 안보협정을 지난달 솔로몬 제도와 체결한 바 있다.

이번 ‘포괄적 개발 비전’은 결국 솔로몬 제도와 맺은 협정을 더 많은 태평양 도서국들로 확대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중국이 태평양 섬나라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미국· 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의 기밀정보 공유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 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인 오커스(AUKUS),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 협의체)에 이어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까지 출범시키며 중국 포위망을 키워가는 미국에 맞서기 위한 성격이 강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