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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상자산법 로드맵 나왔지만…곳곳이 ‘지뢰밭’
테라·루나사태 대응, 만만찮은 해법
특금법 시행령 개정 응급처방
기본법 제정전까지 행정력 투입
“획일적 규제” 가상자산 업계 반발
글로벌 규제당국 움직임도 주목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불똥이 가상자산거래소로 튀고 있다. 가상자산 관련 법령이 거의 없어 그나마 특정금융정보법 적용을 받는 가상자산거래소에 행정력을 투입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법적 근거가 미비해 행정제재권을 가진 정부 기관을 동원해 우회하는 방법을 취하고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을 위해서는 가상자산 법령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데 워낙 다양한 의견들이 충돌하고 있는 데다 여소야대 상황이어서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치료제’ 역할 기본법 없어 시행령 개정 ‘응급처방’=현행법상 가상자산을 규율하고 있는 유일한 법령은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이다. 가상자산시장에서 이뤄지는 자금세탁행위 등을 방지하기 위한 법이다. 시장 진흥을 비롯해 포괄적인 투자자 보호나 거래소 규제 내용들은 다루지 못한다. 그럼에도 테라·루나 사태 이후 가상자산 관련 규제 필요성에 대한 여론이 급속도록 강해지고 있어 특그멉 시행령으로라도 최소한의 규제 틀을 만들겠다는 게 여당의 생각이다.

현재 지방선거로 인해 국회 전체가 개점휴업에 들어간 상태이고, 업권법 특성상 정부안이 마련돼야 하는데 이와 관련 금융위원회 측도 아직 자체 안을 다 만들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따라 국민의힘의 요구로 금융위원회는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 시행령 개정 검토에 착수했다. 금융위는 시행령 개정안을 6·1 지방선거 직후 두번째 당정 간담회 때 보고할 예정이다. 정치권에서는 시행령 내 시행규칙 신설 등을 통한 거래소 규제 방안이 유력할 것으로 전망한다.

윤창현 국민의 힘 가상자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은 “기본법 제정은 당연히 해야 하지만 시간이 걸릴 것 같다”며 “특금법 시행령 같은 경우는 국회 통과가 필요 없어서 고려할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최근 단시간에 급격히 폭락한 코인 ‘테라·루나’ 사태로 인해 정부가 본격적으로 가상자산과 관련한 대응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25일 서울 서초구의 한 가상자산 거래소 전광판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각종 가상자산 거래시황이 보이고 있다. 임세준 기자

▶“일단 주먹부터”…거래소 전방위 압박= 업권법 제정이 늦어지는 상황에서 당정은 현재 쓸 수 있는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가상자산거래소를 압박할 방침이다. 대부분의 가상자산 거래가 이들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검사와 현장점검 자율규제 압박 등이다.

금융위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자금세탁 여부와 관련 가상자산 거래소 26곳, 지갑사업자·보안관리업자 8곳 등 가상자산 사업자 총 전체 34곳에 대한 검사에 돌입했다. 금융감독원 역시 루나와 테라 등과 연계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부 업체를 대상으로 현장점검에 착수한다.

금감원은 가상자산의 위험도를 직접 분석해 공시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코인 발행사의 백서 등 기존 공시가 제각각으로 이뤄지고 있고, 내용도 어려워 투자 의사결정을 위한 가치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김용태 금감원 디지털혁신국장은 “외부 기관이 가상자산별 리스크를 분석해 추후 거래소 상장평가나 투자자들이 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금감원은 국내 거래소에서 유통되는 가상자산의 위험도를 분석해 특성별로 분류하는 연구용역을 외부 공신력 있는 기관을 통해 실시하고 국내외 가상자산시장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다음달부터 가상자산 거래소의 불공정 약관 시정 여부를 점검하고 필요시 시정명령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앞서 공정위는 업비트·빗썸·코빗·코인원 등 16개 거래소에 불공정 약관 조항을 시정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금융위는 가상자산을 증권형과 비증권형으로 나눠 규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증권형 코인은 투자자 보호장치가 마련된 자본시장법에 따라 규제하고 필요하면 금융규제 샌드박스도 활용할 계획이다.

▶거래소 반발 “획일적 규제, 시장 진흥 저해”…글로벌 규제당국 움직임 주목=가상자산 업계는 “사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공동대응 방안 마련에 노력하겠다”면서도 “획일적인 규제는 시장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투자자들이 자유롭게 해외 거래를 할 수 있는 가상자산 시장 특성상 거래소에 적용되는 통일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토로한다.

이석우 업비트 대표는 “(가상자산은) 해외로 송금도 가능하고, 해외거래소도 국내 사용자들이 이용하고 있다”며 “그런데 자꾸 획일적인 기준을 마련하자고 하면, 있을 수가 없다”고 밝혔다.

미국과 유럽 등도 테라·루나 사태 이후 가상자산 규제 움직임이 뚜렷하다. 유럽중앙은행(ECB)은 가상자산과 관련 금융상품들에 대한 실사를 진행했다. ECB는 보고서를 통해 “최근 가상자산과 은행 및 자산운용사의 관계가 심화하고 있고 이는 금융 안정에 위험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ECB는 가상자산 시장 관련 법안을 마련하고 있고, 발효는 오는 2024년으로 예상된다. 이에 앞서 지난 2020년 9월 유럽연합(EU)은 비트코인 등 채굴형 가상화폐 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일명 미카(MiCA)법 등 가상자산 규제안 발표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 3월 바이든 대통령이 ‘가상자산의 책임 있는 개발을 위한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시장이 ‘초국가적’인 성격을 띠는 만큼, 제도의 실효성을 위해 각국의 논의 상황도 면밀히 지켜보겠다는 계획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실효성 있는 가상자산 규율 체계가 마련될 수 있도록 해외 규제 사례를 면밀히 파악하고 국제기구 및 주요국과의 협의를 통해 국제 공조 체제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양대근·박이담 기자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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