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韓에서 ‘세일즈 외교’…기업은 ‘역대급 홍보효과’
韓정부, 확장억제 ‘핵’·전략자산 전개 명시 “최초·이례적”
日, ‘숙원사업’ 지지·‘납북자 문제’ 정치적 이익 확보해
바이든 ‘대만에 유사시 군사개입’ 발언은 민감한 日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아시아 순방을 계기로 한미·미일 정상회담이 잇따라 열리면서 한일 양국의 대미(對美)외교 성과가 24일 윤곽이 드러났다. 한국은 안보동맹을 넘어 경제·기술 동맹으로의 확장에 의의를 두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대북인식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확보했다. 일본은 자위력 강화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챙겼다.
▶IPEF·확장억제 ‘핵’ 얻은 韓=바이든 대통령은 20~23일 방한 기간 중 한미정상회담 관련 일정을 제외하고는 삼성 반도체 공장 방문·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면담으로 ‘세일즈 외교’에 힘을 주었다. 지난해 170억 달러 투자를 결정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세계 최초로 3나노 반도체를 선보였다. 정의선 회장은 바이든 대통령 면담 후 기존 55억 달러 외에 2025년까지 50억 달러의 추가 투자를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삼성과 현대차는 ‘바이든 효과’로 국제적인 위상을 높여 역대급 홍보 효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서울에서 개최된 한미정상회담에서 정부는 원칙을 강조하는 윤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를 확보했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확장억제 수단으로 재래식 및 미사일 방어능력과 함께 처음으로 ‘핵’을 명시했다. 미군의 전략자산 전개와 필요시 추가적 조치를 모색하겠다는 협력 방안에 대해 정부는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이례적이다”라고 자평했다. 아울러 미국 주도의 역내 포괄적 경제통상협력체인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출범 멤버로 참여하면서 지분을 확보하고 미국과 공급망 연대를 이룬 것은 성과로 꼽힌다.
일각에선 우리 기업이 미국에 대한 투자 의사를 밝힌 것에 비해 미국 기업의 한국 투자 유치가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박진 외교부 장관은 24일 브리핑에서 “우리 기업 입장에서도 외화로 국내에 재투자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며 “윈윈(Win-Win·모두 유리한) 관계”라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이 삼성 평택 공장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요청한 한국 기업 인센티브 요청에 논의가 이뤄졌는지 에 대해선 “한국 기업도 미국 기업과 같은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미국 측에 요청하고 있다”고 답했다.
▶‘숙원사업’ 지지 얻고 납북자 문제 연대 확보한 日=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23일 일본 도쿄에서 개최된 미일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개혁된 안보리’에서 일본이 상임이사국이 되는 것에 지지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2015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지지를 발표한 적 있지만, 이번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새로운 국면이라는 점에 주목되고 있다. 다만 유엔 헌장 개정을 위해서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 모두의 찬성이 필요한데,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가 예상돼 사실상 어렵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기시다 정부에 대한 정치적 지지를 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기시다 총리는 ‘방위비를 상당히 증액’하는 것과 적 기지 공격 능력(반격 능력) 보유를 포함해 모든 선택지를 배제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고 바이든 대통령이 지지했다고 말했다. 집권당인 자민당이 최근 방위비를 국민총생산(GDP)의 현 1%에서 2%로 증액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이에 힘을 실은 것이다. 일본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경제, 정치, 군사 영역 등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미국의 이익과도 일치한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일본 입장에서는 국내적으로 중요한 납북자 문제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이 연대를 확보한 것도 성과”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