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현장에서]ESG 경영, 지배구조가 먼저다
환경·사회에만 치중
내부횡령 사건 반복
내부통제 개선 필요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횡령 금액을 정말 몰랐을까”, “시가총액 2조원이 넘는 회사의 시스템이 그럴 수 있나”, “또 횡령할까봐 투자가 꺼려진다”.

올해 초 오스템임플란트의 횡령 사건이 드러났을 때 투자자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국내 상장사 중 역대 최대 규모인 횡령 금액도 놀라웠지만 작지 않은 규모의 회사가 자기자본의 91.8%에 달하는 막대한 횡령이 발생한 지 석 달이 다 되도록 사건을 파악조차 못했다는 점이 더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겉으로는 순항하는 회사처럼 보여도 실제 내부는 제대로 통제되고 있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은 시장에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환경·사회·지배구조를 뜻하는 ‘ESG’는 이제 기업 경영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한 축이 됐다. 금융시장에서 ESG가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요인이 된 만큼 기업들은 너도나도 ESG 경영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ESG 행보는 주로 환경(E)과 사회(S)에 치중해 있고 지배구조(G) 부문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한 모습이다.

올해 들어 오스템임플란트뿐 아니라 우리은행, 아모레퍼시픽, 계양전기 등에서 잇따라 횡령 사건이 발생하며 내부통제의 허점을 드러냈고, 셀트리온그룹주는 회계처리 기준 위반으로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문제는 내부통제를 포함한 지배구조 이슈가 회사 내부에 그치지 않고 수많은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유발한다는 점이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상장폐지의 기로에까지 놓이며 개인 투자자들을 공포에 떨게 했고, 아모레퍼시픽과 셀트리온그룹주 등도 주가 하락으로 손실을 안겼다.

전문가들도 지배구조 부문의 취약함을 지적한다. 한국경제학회가 최근 경제 토론 패널위원 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ESG 관련 설문조사에서 ESG 구성 요소 중 국내에서 가장 미흡하거나 시급하게 추진해야 할 부분으로 지배구조를 가장 많이 꼽았다.

ESG 중 환경과 사회가 기업 외부를 향해 있다면, 지배구조는 기업 내부에서 이뤄진다. 때문에 기업이 환경, 사회 경영을 과시하기는 쉽지만 지배구조가 견고한 경영을 하고 있는지는 투자자들이 알기 어렵다.

그런데 정작 기업이나 투자자들에게 가장 근본적이고 중요한 요소는 지배구조다. 지배구조는 기업의 영속성과 직결되며 주주 가치 제고, 투자자 보호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환경, 사회 활동에 소홀한 기업은 단지 나쁜 기업에 머물 수 있지만 지배구조에 결함이 있는 기업은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ESG 경영을 선도한다’는 기업들의 구호가 공염불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배구조 부문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환경, 사회 경영 행보를 보여도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다면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ESG가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기업의 자정 노력과 더불어 정부의 역할도 필요하다. 지배구조 이슈 관련 공시 규정과 내부통제 규정을 강화하는 등 제도를 개선해 투자자를 보호하고, ESG 경영을 위한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을 적극 지원하는 방안이 뒷받침돼야 한다.

pink@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