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바라보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한미정상회담에서 경제안보 동맹을 공식화하자 중국이 “중국 포위 시도”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미중 사이의 균형외교를 깨고 미국에 균형추를 움직이면서 대중(對中)관계 관리가 과제로 남았다.

윤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 견제인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전략’에 보폭을 맞추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먼저 양 정상은 미국의 중국 견제 협의체인 쿼드(Quad·미국 일본 인도 호주 협의체)와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의 중요성을 확인했다. IPEF와 관련 양 정상은 ▷디지털경제 ▷회복력 있는 공급망 ▷청정에너지 ▷지속가능한 경제성장 촉진에 우선순위를 둔다고 명시했다.

윤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강조했던 쿼드 워킹그룹 참여 및 점진적 가입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쿼드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관심을 환영하고, 전염병 퇴치, 기후변화 대응, 핵심기술 개발 등 한국이 지닌 보완적 강점에 주목했다”고 밝혔다. 다만 백악관 고위 당국자는 22일 “현재로서는 한국의 쿼드 추가는 고려하지 않는다”며 기존 국가들과의 협력 강화와 새롭게 출범하는 IPEF에 무게를 두었다.

윤 대통령은 인도·태평양 지역에 상호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인도·태평양전략프레임워크를 수립하겠다고 밝혔고, 바이든 대통령은 이에 지지를 표명했다. 한미 국가안보실 간 경제안보대화도 출범한다.

중국은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22일 중국-파키스탄 외무장관과의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해 “소위 인태 전략이란 본질적으로 분열을 조장하고, 대항을 선동하고, 평화를 파괴하는 전략”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IPEF에 대해서는 “미국의 지역 경제 패권을 지키는 정치적 도구가 돼 특정 국가를 의도적으로 배제한다면 그 길은 옳지 않다”고 경계했다.

물론 한국이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고심한 흔적도 역력하다. 대통령실은 IPEF와 인도태평양전략프레임워크 등에 대해 “어떤 특정 국가를 배제하기보다는 상호보완적인 국가들 간에 공급망 안정을 가져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공동성명에는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 않고, IPEF에 대해서는 ‘개방성, 투명성, 포용성의 원칙’을 강조했다. 남중국해와 대만 문제에 대해서는 지난해 5월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담긴 수준에서 언급됐다. 대통령실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사드 관련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으며 “중국을 공급망에서 배제하겠다는 건 단 한 번의 논의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중국을 배제하는 데 가담한 것이 아닌, 국익에 따른 주권적 선택이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23일 용산 청사에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IPEF는 인도태평양 역내에서 경제통상과 관련한 광범위한 룰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라며 “룰을 만드는 과정에서 우리가 빠져가면 국익에도 피해가 많이 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RCEP도, IPEF도, CPTPP도 결국 역내 경제 협력을 보다 확대하고 도모하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중국이 주도하는 ‘메가 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2019년 가입, 올해 2월부터 공식 발효됐다.

중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당시와 같은 보복에 나설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즉각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어 향후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홍현익 국립외교원장은 이날 YTN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정상회담에서) 공개는 안됐지만, 중국이 보복을 한다면 어떻게 대응할지 미국과 협의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