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세금으로 집값 잡겠단 생각과 결별”
오세훈 “임대주택, 타워팰리스처럼 지어질 것”
지난 15일 서울 청와대 상공에서 바라본 마포와 여의도 일대 아파트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과도한 세금 부담은 줄이고 시장을 존중해 합리적 부동산 정책으로 집값 안정과 서민 주거 안정을 뒷받침 하겠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앞으로 서울의 임대주택은 민간 분양아파트 못지않은 고품질로 짓겠다. 누구나 살고 싶고 누구나 자부심을 느끼며 살 수 있는 임대주택을 만들겠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18일 헤럴드경제가 더불어민주당 송영길·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부동산 정책을 비교·분석한 결과 두 후보는 각각 ‘세제 완화’(송 후보), ‘임대 주택 개선’(오 후보)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이 지난 5년 문재인 정부 시절 세금을 통한 수요 억제책을 폈고, 국민의힘은 이를 비판하며 ‘임대주택’ 보다는 ‘내집 마련’을 대선에서 내세웠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흡사 좌우 진영을 서로 바꾼 듯한 모습이기도 하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부동산 관련 정책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송영길 “세금으로 집값 잡겠다는 생각과 결별”=송 후보는 “세금을 징벌적 수단으로 이용해 집값을 잡겠다는 생각과 과감히 결별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그는 지난 15일 국회 소통관에서 ‘부동산 실사구시 정책 제안’ 기자회견을 열고 ▷다주택 종부세 과세 기준액 현행 6억원에서 11억원으로 상향 ▷재산세 부담 상한율 110%로 제한 ▷신규 계약시 전·월세 임차료 인상 5% 등을 준수하는 ‘착한 임대인’에게 보유세 50% 이상 감면 ▷월세 세액공제 기준 공시가격 3억원에서 6억원으로 확대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당도 사실상 당론으로 채택해 조속한 입법을 추진하겠다며 적극 호응했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지난 1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송 후보의 부동산 공약을 하나하나 설명하며 “무주택 서민에겐 주거 안정과 내집 마련의 희망을 드리고 1주택자는 과도한 세 부담 힘들지 않게 할 것”이라며 “다주택자의 불로소득은 차단하되 억울한 과세가 없도록 제도 개선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대선 국면에서 이재명 후보가 각종 부동산 감세 드라이브를 꺼내들었을 당시 당 내 반발이 터져 나왔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서울의 성난 부동산 민심이 아직 풀리지 않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에 대해 “명백한 정책 오판으로써 꺼져가는 부동산시장에 또다시 기름을 부어 부동산 가격을 유지 또는 상승시키는 부작용이 발생할 여지가 매우 크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송 후보는 18일 오전엔 공공임대 정책과 구룡마을 개발 계획도 발표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보유한 23만호 임대주택 중 15만호를 ‘임대 후 분양’으로 전환하겠다는 등의 내용이다.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18일 서울시 서대문구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마당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 서울행사에서 애국가를 제창하고 있다. [연합] |
▶오세훈 “임대주택, 타워팰리스처럼 지어질 것”=오 후보의 부동산 정책은 ‘임대주택 개선’에 방점이 찍혀있다. 오 후보는 지난 12일 후보등록 후 첫 일정으로 재건축 사업이 멈춰 주거환경이 열악한 구로구 개봉3구역을 방문했고, 다음 날엔 서대문구 홍제동의 낙후된 임대주택 현장을 찾아 부동산 공약을 발표하는 등 ‘취약계층 주거개선’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서울 임대주택의 주거 면적을 1.5배로 확대하고, 3~4인 가족을 위한 60㎡ 이상 중형 평형을 현재 8%에서 30% 수준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분양-공공세대 완전혼합배치를 통한 차별요소 퇴출, 공공-분양의 동·호수 동시·공개 추첨제 도입 등도 내세웠다. 그는 지난 14일 캠프 개소식에서 “제가 요즘에 인터뷰만 하면 ‘임대주택이 타워팰리스처럼 지어질 겁니다’ 라는 이야기를 자주 하는데, 그런 얘기를 하면 (사람들이) ‘에이 설마’ 이렇게 생각하신다”며 “이미 설계가 나와 있다. 하계 5단지의 임대주택을 재건축하는데 앞으로 4~5년 뒤 입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이웃한 다가구‧다세대주택 필지 소유자들이 개별 필지를 모아 블록 단위로 공동 개발하는 저층주거지 신정비모델 ‘모아주택·모아타운’ 정책 모델 ▷청년 1인가구와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 ‘2030 스마트홈 조성’ ▷부모-자녀 간 근거리 거주를 지원하는 ‘3대 거주형 효도주택 공급’도 약속했다. 효도주택의 경우 송 후보 측으로부터 “부모가 강남에 살면 자식도 강남에 청약으로 집 한 채 생기는 것이냐”고 비판을 받기도 했다.
오 후보는 지난해 4월 보궐선거 당시 전면에 내세웠던 재개발·재건축 공약 등은 계획대로 차질없이 확대 추진한다고 밝힐뿐 전면에 부각시키지 않고 있다. 굳이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