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나 파즐리바 인스타그램 캡처]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러시아 출신의 유명 부부가 3년 전 인도네시아 발리섬에서 주민들이 신성히 여기는 나무에서 알몸으로 사진을 찍어 추방 위기에 처했다.

6일(현지시각) AFP 통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관리들은 발리섬 타바난 지역의 바바칸 사원에 있는 700년 된 반얀트리(보리수과 나무)에서 나체로 사진 촬영을 한 알리나 파즐리바와 안드레 파즐리브 부부를 추방할 방침이다.

아내인 알리나는 인스타그램 팔로워만 1만8000여명인 SNS 인플루언서다. 그는 지난 2019년 바바칸 사원에 있는 나무 안에서 나체 사진을 촬영했다. 직접 촬영한 이는 남편이었다. 당시 알리나는 인스타그램에 이 사진을 올린 뒤 "(나무와 접촉할 때)우리 조상들의 목소리가 들렸다"고 했다.

3년 전 찍은 이 사진은 최근 인스타그램을 통해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이를 접한 발리 지역 주민들은 분노했다. 발리 힌두교 문화에선 산, 나무 등 자연물을 포함한 모든 사물에 신성이 깃들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결국 사업가 닐루 디엘란틱이 경찰에 이 부부는 경찰 조사를 받는 처지에 놓였다. 이들 부부는 경찰 출두 전 단정한 차림으로 다시 나무에 찾아가 사과했다. 주민들에게도 용서를 구했다. 그러나 추방은 피하지 못할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네시아 발리섬의 신성한 나무 안에서 나체 사진을 촬영한 혐의로 추방 위기에 몰린 러시아 인플루언서 알리나 파즐리바(가운데)와 남편 안드레이 파즐리브(왼쪽)가 6일 덴파사르의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덴파사르 AFP 연합뉴스]

발리 이민국 측은 이들이 최소 6개월 간 인도네시아 입국을 못하도록 금지하고 현지 절차에 따라 신성한 나무에 대한 정화 의식에 참여해야 한다고 했다.

자마룰리 마니후룩 발리 이민국 국장은 "두 사람 모두 공중질서를 위험에 빠뜨리고 현지 규범을 존중하지 않는 행동을 한다는 점이 증명됐다"며 "추방으로 제재를 받을 것"이라고 했다.

알리나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영어와 인도네시아 바하사어로 "큰 실수를 저질렀다"며 사과문을 썼다.

그러면서 "발리에 많은 성지가 있는데 모든 곳에 성지라는 안내 표지판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 경우에도 그랬다"며 "장소와 전통을 존중하는 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