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물가에 환율 복병…한은, 금리인상폭 커진다
통화정책 부담…고민 깊어지는 한은
美 연속 빅스텝…환율도 금리인상 압박
환율 오르면 물가상승 악순환 우려
美와 달리 0.25%P씩 ‘베이비스텝’ 전망
연말까지 2.5%…순차적으로 올릴 듯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2년만에 한꺼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하고, 다음달부터 대차대조표 축소(양적긴축)도 시작하기로 했다. 특히 빅스텝은 수차례 더 이어질 수 있다고 밝히면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부담이 더 커지게 됐다. 물가상승이 이미 현실화된 가운데, 미국의 긴축에 따른 원·달러환율 상승은 소비자물가 상방압력을 키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은도 금리 인상 폭을 더 키울 것이란 전망이다. 당장 이달 26일 열리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4월에 이어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한은의 금리 인상은 미국과 달리, 0.25%포인트씩 올리는 ‘베이비스텝’을 밟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기준금리 연말 2.5%까지…조금씩 꾸준히 올릴 것=전문가들은 한은의 금리 인상의 방향은 이미 정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미 금리차 역전에 따른 (자본유출) 우려 등으로 한은 역시 지속적으로 금리를 올릴 수 밖에 없다”며 “국내 물가 상승 압력 역시 무시할 수 없어, 유동성 회수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금리 인상 압력을 높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관건은 폭이다. 시장에선 한국은 미국과 달리 한꺼번에 큰 폭의 인상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물가상승 압박은 우리나라보다 미국이 더 거세지만, 고용 등 내수 경기 지표가 호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 노동부가 발표한 3월 기업들의 구인건수는 1155만 건으로 전월보다 20만5000건 증가했다. 물가와 성장, 고용, 금융안정 등을 고려해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것을 감안하면, 미국 시장의 고용은 한꺼번에 금리를 올리더라도 버텨낼 수 있음을 뜻한다.

반면 한국은 수출로만 버티고 있다. 한은이 발표한 1분기 경제 성장률은 민간소비(-0.5%), 건설투자(-2.4%), 설비투자(-4.0%) 등 소비와 투자가 일제히 전기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수출만이 반도체와 화학제품을 중심으로 늘어나며 4.1% 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성장률 기여도를 항목별로 나눠보면, 내수는 -0.7%포인트로 사실상 성장을 끌어내렸다.

한은이 금리 보폭을 줄이되, 순차적으로 인상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도 “한은이 이달과 7월, 8월,10월 네 차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해 연말 기준금리가 2.5%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초 내년 연말 2.5%까지 올릴 것이란 전망치를 상향한 것이다. JP모건은 내년 1분기에도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져 2.75%까지 닿을 것으로 예상했다.

▶미 ‘빅스텝’ 외환시장 흔들 수도…환율, 경기 복병되나=환율도 기준금리 인상을 압박하고 있다. 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달러당 1270원대로 올라섰다. 물가 상승률이 커진 상황에서 환율마저 오르면, 소비자물가 상향 압력은 더 커진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은 4.8%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은도 4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인플레이션의 장기화 가능성을 언급하며, 환율 상승이 물가를 더 밀어올릴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의사록에 따르면, “환율 상승은 석유류가격을 중심으로 소비자물가의 상방압력으로 작용하는데, 환율 상승이 기조적일 경우에는 석유류뿐만 아니라 상품가격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환율의 물가파급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언급됐다.

미 연준이 여러 차례 빅스텝(big step)을 단행하여 한·미 간 금리차가 빠르게 축소되거나 역전될 경우 주식자금 및 민간 채권자금을 중심으로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의 유출압력이 커지는 것도 고려점이다. 게다가 미국이 금리를 빠르게 인상하는 과정에서 국제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 이 역시 국내에서 외국인 자금 유출을 불러올 수 있다.

때문에 내년까지 꾸준히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 교수는 “한은은 이미 금리를 1.5%까지 올렸기 때문에 빅스텝 단행 필요성은 적지만, 미국이 대차대조표 사이즈를 줄이게 되면 1%의 기준금리 인상 효과가 있다는 것을 감안할 때 사실상 한은은 0.25%씩 7차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 3% 수준까지 올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높아지는 기대인플레이션율도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을 재촉하고 있다.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인상한 4월 금통위 의사록에서도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에 따른 물가의 2차 파급에 대한 우려가 크다”며 “경제주체들의 기대인플레이션이 높을 경우에는 인플레이션 기대가 안착된 경우에 비해 가격의 전가가 더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성연진·서정은 기자

yjsung@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