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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바다의 숲에 미래의 삶이 있다

지난 3월 경북 울진에서 시작된 산불은 순식간에 강원도 동해까지 번져 10여일간 서울 여의도 면적의 70배에 달하는 산림 2만707ha를 태워버렸다. 까맣게 타버린 숲이 원래 모습을 되찾기 위해서는 100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이 같은 현상은 육지뿐만 아니라 바닷속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바다에도 다시마, 감태, 모자반 등의 해조류나 잘피 등의 해초류가 군락을 이루며 서식하는 육지처럼 푸르고 울창한 숲이 존재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바다숲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해수온도 상승과 해양환경 오염으로 바다숲이 사막화되는 갯녹음 현상이 우리나라 모든 연안에 걸쳐 발생하고 그 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바다숲은 바닷속 해양생물의 기초 먹이원이자 보육·산란장이며,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생산하고 질소, 인 등의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해양생태계의 기초생산자 역할을 한다. 즉, 바다생물들이 태어나고 살아가는 생(生)의 터전이 되는 곳이다. 또한 미래산업의 원동력이 될 다양한 자원의 보고(寶庫)이기도 하다. 청정바이오에너지를 제공하며, 의약품·식용·산업용에 이르는 광범위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는 유용한 물질의 공급처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바다숲이 9만여t에 가까운 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는 중형 SUV 차량 약 6000대가 10만km씩 달릴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량과 맞먹는 수준으로, 바다숲은 블루카본의 주요 흡수원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바닷속은 육지처럼 접근이 쉽지 않고, 우리가 늘 살펴볼 수 없기에 바다숲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경각심은 무뎌지기 쉽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바닷속 생태계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점차 황폐화되는 바다숲이 전 국민의 관심 속에 보호될 수 있도록 해마다 5월 10일을 ‘바다식목일’로 지정하여 기념하고 있다. 산에 나무를 심어 산림을 푸르게 가꾸듯이 바다에 해조류를 심어 우리 바다를 푸르게 가꾸기 위하여 세계 최초로 2013년에 바다식목일을 지정하였다.

또한 해양수산부는 소실되는 바다숲을 복원하기 위해 감태 및 모자반 바다숲 조성, 천연 해조장(海藻場) 보전, 수산자원 서식처 보호 등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식한 해조류의 안정적 생장과 정착을 도울 수 있도록 신기술 개발 등을 지원하여 조성된 바다숲의 효율적 관리에도 힘쓰고 있다. 그 결과, 2009년부터 바다숲 조성 및 관리사업을 추진하여 2021년 기준으로 총 2만6644ha를 조성하였다. 이는 여의도 면적의 92배에 달하는 넓이이며, 2030년까지 전국 연안에 5만4000ha 규모의 바다숲을 조성해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 기여할 계획이다.

많은 미래학자들은 기후변화의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인류의 미래는 암울할 것이라고 예견한다. 바다숲은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지구의 생태계 회복 능력을 강화하며, 푸른 미래로 나아가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바다숲을 조성하고 관리기법을 고도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 모두가 해양환경과 수산자원을 보전하려는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푸르른 바다숲이 우리 연안에 펼쳐질 것이다.

올해는 바다식목일 행사가 개최된 지 꼭 10주년이 되는 해다. ‘가꾸는 바다숲, 꿈꾸는 미래삶’이라는 주제로 5월 4일 부산 국립해양박물관에서 기념식이 열린다. 지구 산소의 75%를 공급하는 생명의 원천인 바다, 지구온난화를 막고 생태계를 지켜줄 든든한 울타리인 바다를 푸르게 가꾸어 지구의 미래를 가꾸는 데에 동참해 보는 건 어떨까. 올해 바다식목일은 보다 많은 국민의 관심과 참여를 기대하고, 바다숲의 소중함이 더욱 널리 퍼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엄기두 해양수산부 차관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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