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버려진 그물에 꽂힌 이 남자, 30억 투자받다
정택수 넷스파 대표 친환경 행보
‘소비재 대신 원재료 만들자’ 결심
폐어망 재활용 나일론 소재 생산
작년 11월 시리즈A 투자 유치
공장 증설 생산력 2만t 확대계획
해양 폐기물 재활용 기업인 넷스파의 정택수 대표와 넷스파가 개발한 폐어망을 재활용 생산한 나일론 소재. [넷스파 제공]

어망은 주로 육지로 나오지 못한 채 배 위에서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어망이 물 속에선 쉽게 눈에 띄지 않아 생물들의 폐사 위험을 높인다는 점이다. 한 다큐멘터리는 환경 실천가들이 한사코 거부하는 플라스틱 빨대보다 폐어망이 훨씬 해양 생태계에 치명적이라고 지적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획에 사용되고 버려진 폐어망을 재활용해 나일론 소재를 생산하는 스타트업이 있다. ‘넷스파’의 정택수 대표는 최근 헤럴드경제와 만나 “수년 내에 우리나라에서 버려지는 폐어망의 절반 이상을 재활용해보겠다”고 말했다.

넷스파는 폐어망을 수거해 세척 작업을 거친 뒤 나일론 원료를 생산한다. 소비자가 사용한 후 버린 물건을 재활용해서 PCR(Post-Consumer Recycled) 원료를 만든다. 정 대표는 “나일론에도 종류가 여러 가지고, 원료를 원하는 기업에선 특정 나일론만을 원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며 “우리는 기존 장비와 달리 나일론의 종류를 더 구체적으로 선별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정 대표가 폐어망에 관심 갖게 된 것은 의류 사업을 하면서다. 그는 친환경 소재로 옷을 만들었는데, PCR 나일론을 구하려다 보니 공급처가 마땅치 않았다. 유럽에서 폐어망을 이용한 재활용 나일론이 생산되고 있다는 정보를 접했으나 워낙 물량이 적어 확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정 대표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차라리 우리가 폐어망을 확보해 기업들에게 제공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소비재를 만드는 대신 아예 원재료를 만들어 생태계를 확장해보고자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폐어망 발생량은 연간 4만3000t 수준으로 추정된다. 정 대표는 “통계로 드러난 폐어망의 절반까지는 우리가 재활용해보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중 확보될 예비 고객사까지 포함하면 넷스파의 나일론 원료 생산 능력은 연간 4000t 수준”이라며 “외부 투자를 통해 유치한 자금으로 공장을 증설해 생산 능력을 2만t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2020년 10월 설립된 넷스파는 지난해 11월 벤처캐피탈 티비티(TBT), 마그나인베스트먼트, 임팩트스퀘어 등에서 30억 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으며, 올해 중 추가 투자금을 유치할 예정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폐어망 처리 문제가 심각한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진출도 목표로 하고 있다.

버려지는 어망을 원활히 확보하려면 어민들이 바다 위가 아닌 육지에서 어망을 버리도록 설득해야 한다. 당장 생업에 바쁜 이들에게 자원 순환의 가치를 설득하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정 대표는 넷스파가 그 과정의 일조할 수 있다고 자부했다. 그는 “육지로 갖고 나와주신 어망이 어딘가에서 잘 활용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리면, 어민 분들도 자연스럽게 변하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최준선 기자

huma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