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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뜨거운 감자’ 된 BTS 병역특례…대중문화인 홀대 vs 불공평
방탄소년단 [빅히트뮤직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둘러싼 병역 특례 논의가 화두가 된 가운데 한국음악콘텐츠협회가 대중문화예술인들이 병역법상 예술체육요원에 편입될 수 있도록 공정한 기회를 줄 것을 거듭 요청했다.

사단법인 한국음악콘텐츠협회(이하 음콘협)는 28일 입장문을 통해 “병역법 관련 논의는 국회에서 개정안이 발의되면서 시작됐던 점을 고려해, 정치권에서 이 사안에 대해 더는 지체하지 말고 결론을 내 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음콘협은 “많은 대중문화예술인들의 국위선양 성과가 각종 통계와 자료로 입증되고 있음에도 순수예술인이나 스포츠인과 비교해 대중문화예술인이 지나치게 홀대받고 있다”며 “이제는 이들이 이룬 성과와 국가에 대한 기여가 병역 분야에서도 제대로 평가받아야 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병무청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유사한 대체복무 기회가 주어지는 전문연구, 산업기관, 승선예비 편입인원 대비 예술·체육요원 비율이 0.35%에 불과하다. 순수음악 분야의 경우 대중음악 가수들과 달리 대체복무 기회가 주어진다.

병무청 등의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병역법상 대체복무를 이행한 예술·체육인은 258명(예술요원은 140여 명으로 추정)이다. 이는 대체복무 기회가 주어지는 전문연구(1만 2538명), 산업기관(5만 5202명), 승선예비(4783명) 분야 편입인원 대비 0.35%로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예술요원만으로 비교하면 0.19%에 불과하다. 그 가운데 순수음악 분야는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 바르샤바 쇼팽 국제콩쿠르, 벨기에 퀸엘리자베스 국제콩쿠르 등 총 28개 국제음악콩쿠르 1, 2위 입상자는 병역법상 예술체육요원으로 대체복무할 수 있다. 반면 대중음악 예술인들은 대체복무의 기회가 없다.

최광호 음콘협 사무총장은 “대중문화예술인들로 인해 K팝의 위상이 높아졌고, 국위선양과 문화창달, 긍정적인 경제 효과가 확인된 만큼 국회에서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병역법 개정에 대한 결론을 내주실 것을 재차 요청드린다”고 강조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방탄소년단 [빅히트뮤직 제공]

대중문화예술인에 대한 대체복무 기회 부여에 대한 논의는 방탄소년단이 월드스타 반열에 오르며 나오기 시작했다. 한국 대중음악 가수 최초로 빌보드 ‘핫100’ 1위에 수차례 오르고, 미국 최고 권위의 음악 시상식인 ‘그래미 어워즈’에 2년 연속 노미네이트 되자 대중문화예술인들의 국위선양과 문화 창달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달라는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심지어 최근 방탄소년단의 미국 라스베이거스 콘서트 관련 간담회에서 하이브 측이 “아티스트도 힘들어한다”며 “계류 중인 병역법 개정안 처리가 빨리 진행됐으면 좋겠다”며 작심 발언을 한 것이 병역 특례 논의를 ‘뜨거운 감자’로 올려놨다. 나날이 글로벌 위상은 높아져가지만 급변하는 음악시장에서 현재의 위치와 수명은 장담할 수 없기에 소속사와 아티스트 모두 조급하고 답답한 심경일 수밖에 없다.

그간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병역의무를 이행하겠다는 뜻을 밝혀왔으나, 여론은 달라졌다. 방탄소년단을 둘러싼 병역 특례 문제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의견이 많다. ‘특례’를 받을 수 없는 평범한 또래 청년들의 반발이 적잖다. 또한 병역 특례가 방탄소년단을 위한 것이 되리라 보는 의견도 있다.

미디어리얼리서치코리아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성인남녀 36.0%가 ‘일반인들과 달리 한류 인기에 따라 병역 기준을 나누는 것 자체가 불공평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미디어리얼리서치코리아가 지난 15~26일까지 성인남녀 패널 5039명을 대상으로 ‘방탄소년단(BTS) 병역 특례 이슈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의 병역 문제에 대해 응답자의 36.0%가 ‘일반인들과 달리 한류 인기에 따라 병역 기준을 나누는 것 자체가 불공평하다’는 반응을 보인 반면, 34.6%는 ‘국격을 올린 사람들에게 주는 국가 차원의 대접’이라는 응답을 보여 병역 문제에 대한 팽팽한 입장을 드러냈다.

이와 함께 ‘주관적인 잣대로 병역 특례를 운운하는 정치인들을 보면 황당하다’는 의견이 13.1%에 달했다. ‘BTS의 병역과 관련하여 20대 남성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견도 11.0%였다. ‘현재 병역 특례를 적용받는 인원을 축소하는 중인데 더 이상의 특례 확대에 반대한다‘는 의견도 4.1%가 됐다.

뿐만 아니라 국위선양과 팬들의 지지를 명분으로 방탄소년단만 예외적으로 병역 특례를 부여할 경우, 다른 연예인과의 형평성 문제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문제가 있으므로 옳지 않다’는 의견도 29.5%가 나왔다. 다만 이 설문은 방탄소년단의 병역 특례를 ‘문제 없다’고 보는 시각이 42.3%로 더 많았다.

병역 특례 논의는 보다 세심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올림픽이나 콩쿠르 등 스포츠, 클래식 분야처럼 특정 국제대회를 기준으로 삼을 수 없는 대중문화계의 여건상 공정한 토대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같은 업계에 종사하는 대중문화예술인, 동시대를 살아가는 또래 청년들에게 상대적 박탈감만 불어오게 된다. 정치권에서 먼저 나서고, 작심한듯 뒤따른 하이브의 언행은 가장 중요한 여론 형성에 재만 뿌리고 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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