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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국립공원의 공원관리 과학화 기법 개발

2016년 3월 구글에서 개발한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결을 우리 모두 기억할 것이다. 전례가 없던 AI와 인간의 대결로 세간의 이목을 끌며 AI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AI는 1950년대 처음 등장했지만, 개념적 이론에 불과할 뿐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먼 미래의 일처럼 여겨져 왔다. 수십년이 지난 현재, AI 기술은 전기자동차의 발전과 더불어 자율주행 자동차와 같은 4차산업의 핵심 기술로 우리 일상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최근엔 생태계 연구 분야에서도 인공지능기술을 활용한 과학적 조사·연구·모니터링 기법 개발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국립공원공단에서도 다양한 조사·연구 분야에 AI 기술을 접목해 과학적 공원관리를 도모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아고산 상록침엽수 고사목 위치정보 수집, 탄소저장기능 평가, 야생동물 영상인식 기술을 들 수 있다.

아고산 상록침엽수 고사목 위치정보 연구는 기후 및 환경변화 등으로 쇠퇴하는 상록침엽수 고사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수행했다. 2019년부터 AI 기술을 적용해 고해상 항공영상에서 고사목을 자동 검출하는 기술을 개발했고, 그 결과 설악산, 지리산, 한라산 등 7개 국립공원 약 93.6㎢를 대상으로 1만6089개의 고사목을 학습시켜 8만3435개를 자동으로 검출했다. 해당 기술로 접근이 어려운 지역에 대해서도 자료를 수집할 수 있게 됐으며 조사 기간도 단축할 수 있게 됐다. 이는 고지대에 넓게 분포하는 상록침엽수림 쇠퇴현황 분석에 활용됐고, 향후에는 고사 밀도가 높은 지역에 대한 정밀 모니터링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탄소저장기능 평가 연구는 전 공원의 수목이 저장하고 있는 탄소량을 산출하는 연구 분야로 연구자 직접조사(가슴높이의 나무 직경을 측정해 산출하는 방법) 방식에서 레이저를 발사해 대상 물체의 형상을 이미지화할 수 있는 ‘라이다(LiDAR)’측량장비를 활용한 조사방법으로 전환하고 있다. 기존 직접조사 방식으로 수목 크기를 측정할 때 조사자마다 발생할 수 있는 차이에 대한 단점을 라이다 기술이 3차원 영상을 구현함으로써 수목의 높이, 부피를 보다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게 됐다. 조사 시간이 약 30% 단축됐고 정확도는 16% 이상 향상됐다. 지난해 개발한 탄소저장량 자동 분석 프로그램도 2023년부터 국립공원 탄소저장 평가에 단계적으로 사용해 라이다 기술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야생동물 영상인식 기술은 무인센서 카메라를 통해 촬영된 자료를 자동 판독해 야생동물의 종(멧돼지, 고라니, 노루 등 22종 동물 식별 가능)과 개체수를 파악할 수 있는 기술이다. 기존엔 조사자가 무인센서 카메라에 촬영된 영상을 하나하나 확인해 동물을 식별함으로 오랜 시간이 소요됐는데, 해당 기술개발로 업무의 효율성을 증진 시킬 수 있게 됐다. 향후 이를 고도화해 공원 내 서식하는 야생동물 성장단계, 크기, 이동패턴 등을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공원관리에 활용할 예정이다.

이밖에 국립공원을 방문하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 다양한 ICT 기술의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 항공측량을 통해 침수 우려가 높은 지역에 대한 3차원 지도 제작, 환경부 강우레이더 관측망을 연계한 재해 예·경보 시스템 적용 방안, 무인항공기와 라이다를 활용한 산사태·낙석 위험지역 예측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과학적인 공원관리를 구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국립공원 관리는 지난 50여년의 현장 경험과 첨단 과학기술이 융합된 과학적 공원관리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기후 위기에도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고, 국민이 공유하는 최대의 휴식공간으로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

송형근 국립공원공단이사장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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