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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ETF에 밀리는 공모펀드, 비용 구조부터 뜯어고쳐야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글로벌 독립 리서치 업체 모닝스타가 최근 주요 26개 국가의 펀드 보수·수수료 및 비용을 비교해 평가한 결과 한국은 2년전 조사보다 한 단계 뛰어오르며 '평균 이상' 등급을 받았다. 노르웨이와 남아프리카공화국, 스웨덴, 영국 등 5개국이 한국과 같은 평균 이상 등급을 받았다. 이보다 높은 최상위 등급 국가는 호주와 네덜란드, 미국 등 3개국뿐이다.

결과만 놓고 보면 한국 펀드시장의 비용구조는 투자고객 관점에서 제법 우수한 셈이다. 전세계적으로 비용을 민감하게 여기는 투자 트렌드를 우리나라도 따라간 것이다.

하지만 속을 뜯어보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한국이 평균 이상 등급을 받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수수료·보수 자체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는 평가 방법으로 자산가중중앙값(asset-weighted median)을 이용했기 때문으로, 일반적인 뮤추얼펀드보다 수수료가 싼 ETF시장이 급격히 커지면서 자연스레 나타난 현상이다. ETF 순자산 총액은 2020년 51조 4000억원에서 최근 70조원이 넘을 정도로 가파르게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정량적으로 측정되는 수수료·보수 수준은 낮지만 운용과 판매 과정에서의 관행 및 비용 구조 등을 포함한 정성적 분석 측면에서는 미국 등 최상위등급 국가에 비해 크게 뒤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최상위등급 국가와 가장 큰 차이는 미국 등은 비용이 '세분화'(unbundled)구조인데 비해 한국은 '묶음'(bundle)구조라는 것이다.

세분화 구조인 경우 펀드 구조 안에 판매 수수료·보수, 운용 보수 등이 한꺼번에 포함돼 있다. 각각을 쪼갤 수 없으니 판매사 입장에선 어차피 받을 돈이 똑같다. 때문에 굳이 수수료가 높은 투자상품을 팔 필요가 없고 그만큼 각각의 투자고객에게 더 적합한 상품을 골라 줄 수 있게 된다.

수시로 '판매 캠페인'을 벌여 특정 투자상품을 밀어내기하듯 무차별적으로 팔아버리는 우리나라와는 상황이 전혀 다른 것이다. 혼합형과 채권형 펀드가 26개국 가운데 각각 5위와 4위로 상위권에 속한 반면 개인 투자고객이 많이 접하는 주식형 펀드 순위는 12위인 것은 이를 방증한다.

또 선취 수수료를 받은 뒤 추가로 연간 판매보수를 떼기도 한다. 연간 판매보수가 매우 낮은 수준이라곤 하지만 총보수가 중요한 투자고객 입장에선 아까울 수밖에 없는 돈이다.

물론 높은 비용만큼 제대로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 운용사들은 정기적으로 펀드에 대한 운용보고서를 공시한다. 투자고객에게 우편이나 이메일로 고지하기도 한다. 매우 꼼꼼하고 방대한 정보가 담겼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가 이를 완벽히 이해하고 투자결정에 활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때문에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자문이 중요하지만 국내 펀드 시장에선 판매 수수료·보수에 자문 서비스가 포함되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은행 등 판매사가 과연 그만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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