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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거리두기 끝났다지만…‘노마스크’ ‘술판’에 신음하는 한강
‘거리두기 해제’ 첫 주말…한강은 북새통
“야외라서 괜찮다”…‘노마스크족’ 늘어나
방문객 늘면서 쓰레기도 대폭 증가
눈살 찌푸리지만…“일부 시민 불과”
토요일이었던 지난 23일 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 강가를 따라 시민들이 돗자리를 펴놓고 야외 활동을 즐기고 있다. 김빛나 기자.

[헤럴드경제=김빛나·김영철 기자]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첫 주말인 지난 23일 오후 8시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 한 발짝만 더 가면 강물인 곳에 자리잡은 청년 두 명이 한 여성을 향해 소리질렀다. “야, 취했냐. ‘코끼리코’ 하고 뛰어 봐.” 지목당한 사람이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다가 넘어질 뻔하자 일행들이 크게 웃었다.

이날 강가를 따라 놓여있는 돗자리마다 놓인 맥주·소주가 놓여 있었다. 시민 대부분은 일행과 대화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지만 일부 사람들은 취한 상태로 돌아다니면서 앞에서 언급한 청년들처럼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여의도 한강공원에는 빈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돗자리로 가득했다.

지난 주말 서울 시내에 위치한 한강공원은 오랫동안 억눌렸던 야외 활동을 즐기려는 인파로 북새통을 이뤘다. 사람이 늘면서 음주가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시민도 자연스레 늘었다. 마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종식된 것처럼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돌아다니는 시민도 눈에 띄었다.

일요일이었던 지난 24일 밤 서울 서초구 반포 한강공원 모습. 늦은 시간임에도 수백명의 시민들이 모여 취식을 하거나 놀이를 하는 등 밤늦게까지 왁자지껄한 모습이 이어졌다. 김영철 기자

헤럴드경제가 지난 23~24일 오후 여의도·반포 한강공원과 서울 용산구 노들섬을 둘러본 결과, 자정 가까운 시간까지 시민들이 가득했다. 한강공원의 경우 돗자리 이용 시간에 제한이 없어 늦은 시간까지 한강에 머무를 수 있다. 지난 24일 오후 9시께 방문한 서울 서초구 반포 한강공원에서도 시민들이 모이면서 공원이 왁자지껄한 소리로 가득찼다.

공원에서 ‘노마스크’로 돌아다니는 사람도 보였다. 3시간 정도 여의도 한강공원에 머물렀다는 김용건(28) 씨는 “대부분 사람들이 이동할 때 마스크를 잘 쓴 것처럼 보였는데, 자전거 타는 분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아서 많았다”고 말했다. 반포 한강공원에서 만난 양승민(25) 씨도 “먹을 때 벗는 것 말고도 마스크 쓰는 사람 잘 못 봤다”며 “한강에 조깅하러 온 사람들도 마스크를 벗고 뛰더라”고 말했다.

일부 시민은 마스크 착용 필요성을 못 느끼기도 했다. 노들섬에서 만난 김소정(24·여) 씨는 “코로나도 이미 걸려서 한 달 이상은 감염으로부터 무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야외에다 바람도 많이 부는 곳이라서 굳이 마스크를 매번 써야 하는 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한수연(26·여) 씨도 “그동안 철저히 거리두기를 준수했는데, 오늘 같은 날까지 계속 (마스크를)착용할 필요가 있나 싶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오후 7시께 서울 용산구 노들섬 강가로 향하는 길목에 쌓여있는 쓰레기 더미들. 시민들이 지나가는 길목에 쓰레기들이 쌓여 있는 탓에 지나가는 시민들마다 눈살을 찌푸리는 광경이 연출됐다. 김영철 기자

공원에 사람이 몰리면서 늘어난 쓰레기로 미화원들의 귀가 시간은 늦어졌다. 쓰레기 양 자체가 증가한 데다, 무분별하게 길가에 버려진 쓰레기가 청소를 힘들게 했기 때문이다. 반포 한강공원에서 만난 40대 환경미화원 정모 씨는 “주중보다 주말에 쓰레기가 5~6배는 더 많은 것 같다”며 “강 어귀에 쓰레기를 아무렇게나 버린 것도 모자라 심지어 화장실에도 맥주 캔이나 먹다 남은 음식들을 무책임하게 버리더라”고 토로했다. 정씨는 퇴근 시간인 오후 10시까지 일이 안 끝날 것 같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노들섬에는 봉투가 제대로 묶이지 않은 쓰레기 더미가 곳곳에 쌓여 시민들은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다.

시민들은 몇몇 모습이 불쾌하기는 했지만 오랜만에 얻은 자유인 만큼 한강에서 활동 제한을 원하지 않았다. 서울시도 한강공원 내 음주 제한을 논의했지만, ‘비판 여론’이 불거지자 잠정적으로 미루기로 했다. 신승하(24) 씨는 “대부분 적당히 즐기고 노는데, 일부가 심하다고 제한하면 안 된다”면서도 “사람이 워낙 많다 보니 각종 사건·사고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binna@heraldcorp.com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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