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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명품 중 명품, 1시간 줄 서면 어때요"…이건희 컬렉션 2차 연장 가보니
국립현대미술관 무료전시 2차 연장…예약제 없애고 현장발권제 도입
평일에도 1시간 대기행렬 '식을 줄 모르는 열기'…"힐링이었다"
지난 21일 오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을 관람하기 위해 줄을 선 시민들. [김유진 기자]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명품 중의 명품인데 오픈런 뺨치는 줄 좀 서면 어때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 전시를 2개월 연장하고 현장 발권제를 도입했다. 예약 없이 현장에 줄을 서야 입장하는 무료 전시 상황이 펼쳐지면서 언제 가야 입장이 수월할 지 따져보는 ‘눈치 게임’도 치열하다.

21일 오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을 관람하기 위해 줄을 선 시민들. [김유진 기자]

기자가 숙고 끝에 고른 시간대는 평일인 목요일인 21일 오후 2시. 직장인 대다수가 일하고 있을 시간인만큼 길어도 30분 안엔 들어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으면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평일인 이날 오후에도 입장까지는 꼬박 1시간이 걸렸다.

국립현대미술관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보이는 ‘이건희컬렉션 웨이팅 있습니다’ 경고 푯말도 오싹했지만, 들어서자마자 펼쳐진 대기 행렬은 다음 기회를 기약하는 게 나을지 고민하게 만들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에 전시된 소정 변관식(1899~1976)의 '금강산 구룡폭'과 로봇 도슨트. 해설 음성은 배우 유해진 씨가 녹음해 친숙한 느낌을 준다. 김유진 기자

입장을 돕는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에게 평일이 이정도면 주말은 어땠는지 묻자 “현장 발권제를 도입한 지난 주말에는 명품 매장 오픈런을 연상케 하는 긴 줄이 이어졌다. 2시간 가까이 대기해야 하는 상황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1시간의 기다림을 기꺼이 감수하기로 한 관람객들은 차분히 차례를 기다렸다. 이날 전시를 찾은 조이현(25) 씨는 “재벌 총수였던 이건희 회장이 소장한 작품을 직접 보고 싶다는 호기심에 시간을 내서 오게 됐다”며 “명품 오픈런에 줄 서는 사람들은 이해가 안 됐는데, 오늘 보게 될 작품들은 명품 가방보다 가치 있다고 생각해서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21일 오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을 관람하기 위해 줄을 선 시민들. 이 지점부터 관람까지는 약 ‘30분’이 남아있다. 김유진 기자

기다림은 길었지만 관람하는 시간 만큼은 어떤 전시회보다 여유로웠다. 전시장 내 동시 관람 인원을 100명으로 제한한 덕분이다. 3개 전시실에서 ‘수용과 변화’, ‘개성의 발현’, ‘정착과 모색’을 주제로 백남순, 유영국, 이중섭, 박수근 등 누구나 한번은 미술 교과서 속에서 봤을 법한 익숙하고 반가운 화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길고 긴 대기 시간에도 불구하고 전시회장을 나서는 관람객들의 표정은 밝았다. 이날 전시에는 특정 포토 스팟 앞에 ‘인증샷’을 찍기 위해 줄을 서는 익숙한 광경은 찾아볼 수 없었다. 원하는 작품 앞에 홀로 서 몇 분을 서 있어도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 여유로운 분위기가 관람객에게 휴식을 줬다. 관람객 이정수(53) 씨는 “젊은 사람과 중장년층이 어우러져 감상할 수 있는 전시였다”며 “젊은 사람들 데이트 코스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휴식을 주는 시간이었다”는 감회를 전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진행 중인 이건희 컬렉션 전시 모습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한편 지난해 7월 21일 개막한 이번 전시는 지난달 13일 종료예정이었지만 누적 관람객 10만 명을 넘어서며 큰 호응을 얻어 이달 13일로 한 차례 전시 기한이 연장됐다. 이후에도 계속되는 요청으로 오는 6월 6일까지 기한을 2차 연장했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1차로 전시기간을 연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관람하지 못한 국민들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전시 기간을 2차로 연장하게 됐다”며 “국민 여러분의 깊은 관심에 감사드리며 보다 많은 분들이 한국미술명작을 향유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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