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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의 화식열전] 이미 너무 오른 집값, DSR만으로는 안된다
급격한 규제시 차입축소 부작용 커
이미 근로소득으로 집 사기 어려워
주거안정 위한 일정한 대출은 필요
금융사별 정교한 심사체계 갖춰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뜨거운 감자’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서민의 내집마련을 돕기 위해 담보인정비율(LTV)을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LTV를 높이려면 필요조건인 DSR 완화가 수반되어야 한다. 가계부채가 더 늘어날 위험부담에 윤 당선인의 인수위원회는 DSR에는 손대지 않기로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진다.

DSR은 “갚을 수 있는 만큼만 빌리라”는 취지다. 선진국들에서도 같은 개념을 적용하고 있다. 적어도 대출의 건전성을 관리하는 데는 꽤 중요한 수단이다. 변수는 국가적인 특수성이다. 계획대로면 올 하반기부터 DSR 규제가 강화된다. 전세대출도 새롭게 포함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전세제도는 가계의 숨은 부채다. 주거안정을 위해 전세대출을 완화하면서 대출로만 전세를 살 정도가 됐다. 전세가가 오르는 건 당연했다. 발빠른 사람들은 대출로 전세를 살면서 자기자금으로는 다른 집을 전세를 끼고 샀다. 전세가 집값을 끌어올린 구조다.

서울 주택 중위가격은 지난해 이미 10억원을 돌파했다. DSR 40%면 연소득 1억원인 가구도 6억원(연이자 5%)까지만 빌릴 수 있다. 세금 등을 감안하면 5억원 이상 현금이 있어야 내집마련이 가능하다. 지난 2월 서울 중위주택 전세가격은 3억8000만원을 넘었다. 아파트전세는 6억원 이상이다.

만기가 짧은 전세대출에까지 DSR이 적용되면 매매는 물론 임대시장에도 엄청난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대규모 차입축소가 나타날 수 있다. 반전세나 월세가 늘면서 임차인이 보증금으로 부담했던 차입의 상당부분이 집주인에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집 주인 입장에서는 보증금 감소에 따른 DSR 압력을 완화하려면 월세를 높여 소득을 늘려야 한다. 임차인은 차입이 줄어든는 대신 매달 현금으로 지출해야 할 거주비 부담이 증가다. 목돈 마련은 더 어려워진다.

DSR의 지향점은 가계부채 관리지만, 정부의 또다른 지향점인 주거안정과 거리가 너무 멀다. 소득증가율이 이자율이나 자산가격 상승률 보다 높다면 돈 모아 집을 살 만하다. 지금의 집값은 이미 일반근로자의 급여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연간소득(중위권소득)으로 집(중위가격)을 사는 데 몇 년이 걸리는 지를 나타내는 소득대비 주택가격비율(PIR, 2020년 8월 기준)을 보자. 서울은 24로 파리(22), 런던(21.2), 뮌헨(16.9), 도쿄(14), 뉴욕(10.8) 등 선진국 주요 도시들 보다 높다.

대출을 너무 조여 집값이 급락한다면 경제위기가 초래될 지 모른다. 그렇다고 가계대출을 마냥 느슨히 놔둘 수도 없다. 금융시스템의 안정과 주거안정의 거리를 줄이려면 세밀한 정책이 필요하다. 대출심사 기준이 DSR을 넘어 더 정교해질 필요가 있다.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물가상승으로 가계 순소득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무차별적을 DSR 규제만 강화한다면 저소득 차주의 부담은 엄청날 수 있다. 저소득 자주의 부담은 자산시장을 통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

선진국 대다수가 가계부채와 자산시장 거품 문제를 겪었다. LTV, DSR 같은 기준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다. 일물일가인 부동산처럼 가계와 개인 등 대출도 모든 차주마다 상황이 다르다. 일률적 기준과 일방적 범주화에는 빈틈이 있을 수 밖에 없다.

다행히 소득과 자산 외에도 개인의 차입부담능력을 측정할 방법이 다양해지고 있다. 정부 기준에 맞춰서만 대출하던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금융회사별로 차별화 된 평가시스템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인터넷전문은행 만들고 마이데이터도입한 이유가 무엇인가. 제대로 평가해 꼭 필요한 이들에는 정부의 도움을 보태서라도 적정한 대출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주거안정과 가계부채의 딜레마를 해소할 실마리를 금융혁신에서 찾아봄직하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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