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중무기 지원 호소에 체코 가장 먼저 나서

에스토니아, 프랑스 2배 달하는 우크라 군사 원조 편성

‘작지만 강한’ 유럽 국가들, 우크라의 든든한 지원군
지난 13일(현지시간) 폴란드와 발트 3국 지도자들은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났다. 왼쪽부터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 젤렌스키 대통령, 에길스 레비츠 라트비아 대통령, 그리고 알라 카리스 에스토니아 대통령. [AFP]

[헤럴드경제=유혜정 기자]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경제적 지원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규모가 큰 경제 강대국보다 작은 ‘약소국’이 지원에 더 적극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바라보는 유럽의 대규모 국가와 작은 국가 간 시각의 차이가 존재하는데, 이것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규모와 유형을 결정짓는 요소가 됐다는 것이다.

특히 지리적으로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가까이 하는 작은 국가들은 전쟁 발발 이후 안보에 대한 불안 때문에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군사적으로 강하지 않은 작은 국가들이 중무기를 앞장서서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앞두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중무기 지원을 호소하자, 소규모 국가들이 가장 먼저 발 벗고 나섰다.

체코는 지난 5일 T-72M 탱크를 보내는 것을 승인했고, 현재까지 12대 이상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슬로바키아 또한 러시아제 전투기인 MiG-29를 지원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일부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이전에는 중무기를 보내면 갈등이 불필요하게 확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러시아군의 잔학 행위가 점점 수면 위로 드러나자 그런 걱정이 사라진 것 같다”며 무기 지원을 둘러싼 약소국의 생각이 바뀌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군사 지원비에서도 강대국과 약소국 간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프랑스는 공식적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총 군사 원조 규모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프랑스 현지 매체 ‘로피니언(L’opinion)’에 따르면 1억2000만유로(약 1590억6000만원)로 집계됐다. 그러나 프랑스보다 경제 규모가 작은 에스토니아는 2배에 달하는 금액인 2억4000만유로(약 3180억2000만원)로 편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쾨르버 재단의 리아나 픽스는 “유럽의 강대국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평화를 중재하기를 원한다”며 “독일 같은 경우 우크라이나에 중무기를 지원하는 것이 러시아에 ‘도발’로 비칠까 우려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프랑스와 독일이 여전히 ‘노르망디 형식’에서 맡았던 역할에 집착한다고도 덧붙였다.

다미르 마루시치 대서양위원회 유럽센터 선임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안보 질서가 새로 확립되고 있다며 러시아와 가까이 있는 작은 국가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역 분쟁’으로만 바라보는 독일 시민들이 있는 반면, 작은 국가들은 우크라이나가 유럽의 안보를 지킨다고 믿는다”며 강대국과 약소국 간 시각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앞서 지난 13일 폴란드와 발트 3국 지도자들은 키이우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연대와 지지를 굳건히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