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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우스 인사이트] 이제 좀 더 나은 질문을 해야 한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거대담론이 증시를 지배한다. 1970년대의 경제질서 재편기와 현 상황을 비교하는 이도 있고, 1980년대 볼커의 긴축사이클을 언급하는 이도 있다. 아예 투자자는 과거 잣대가 아닌 생각의 틀 자체를 바꿔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투자환경이 너무 복잡해져, 가치를 따지는 식의 투자 접근 방식은 백전백패라고들 이야기한다.

하지만 투자 세상은 원래부터 복잡했다. 하나의 인과관계로 중론이 모아져 세상이 망할 것처럼 떠들 때 조용히 주가는 올라왔고, 다들 새로운 세상을 외칠 때 주가는 내려갔다. 많은 이들이 투자 자체보다 인과관계 자체를 궁금해하지만, 이런 호기심은 투자결정과는 거리가 멀다. 인과관계만 파악할 수 있다면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거라 착각한다. 아쉽게도 컨센서스로 모아진 인과관계는 다들 인지하기에 잘 작동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편이 기회다.

다들 매크로 이야기를 하며 불안해한다. 미국의 연준은 너무 매파적이야, 미중 갈등은 이제 시작이야 등등 다양한 시나리오로 숲의 냉기를 이야기한다. 상황이 좋지 않은 건 분명하다. ‘탈세계화와 긴축’이라는 단어가 생각의 연결고리에 들어서는 순간, 투자자의 뇌는 일단 위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신호를 보낸다.

하지만 지금은 숲이 아닌 나무를 볼 때다. 숲의 색깔에서 계절의 바뀜을 느낀 지 이미 오래고, 이제 다시 숲의 냉기가 사라질 때에 다가서 있다. 계절이 바뀌면, 어떤 나무가 더 양분을 받아 높이 자라날 지를 고민할 때다.

우리는 이제 좀 더 나은 질문을 해야 한다. 구체적이고, 접근가능한 질문으로 바꿔야 한다. 숲이 아닌 나무에 관한 것이다. 세계는 나이 들고 있고, 생산가능인구는 줄고 있다. 선진국의 치매 인구 증가세는 뚜렷하고, 중국의 노동력 공급도 이제 옛 이야기다. 더욱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신냉전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대외 산업환경은 ‘세계화’에서 ‘탈세계화’로 변화하고 있다.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탈세계화의 공약수는 리쇼어링이다.

값싼 노동력이 사라진 지금, 생산공장은 다시 자국으로 돌아온다. 이를 리쇼어링이라 하는데, 미-중 무역갈등 당시에도 나타났던 모습이고, 신냉전시대에도 나타날 현상이다. 리쇼어링은 인건비를 올리고, 탈세계화는 원자재 가격을 올린다. 올라간 비용만큼, 더 비싸게 팔면 되지만 가격 전가는 그리 쉽지 않다. 결국 선택은 하나로 모아진다. 비용절감을 위한 생산성 향상이고, 이를 위한 솔루션으로 로봇 산업이 부상하고 있다. 고령화와 탈세계화로 높아진 노동 비용을 자본의 투입을 통해서 로봇(생산 자동화 기술)로 대체하는 것이다.

로봇은 인지, 판단, 구동 3가지의 기술 요소를 가진 기계이다. 5G 통신환경이 자리잡고, 인공지능(AI)과 데이터 사이언스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이 완전 무인화가 가능한 수준으로 발달하면서 로봇의 고도화를 이루고 있다. 로봇 기술이 점차 세밀한 업무까지 수행할 수 있게 되면서 로봇이 적용되는 영역 또한 광범위해지고 있다.

이전까지는 IT(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 특정 산업군을 중심으로 산업 로봇의 도입이 이루어졌다. 최근에는 농업, 건설업, 물류와 같이 노동집약적 성격이 강한 산업군에서도 자동화 로봇이 도입되기 시작하면서 로봇 산업이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일상생활 속에서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서비스 로봇 역시 빠르게 보편화되고 있다. 공항 내부를 돌아다니며 방역과 청소, 길안내를 담당하는 로봇이나 식당, 카페에서 음식을 스스로 만드는 로봇, 테이블 서빙 로봇 등 일상 속에서 로봇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실로 전체 로봇 시장이 연평균 12.5% 성장한 것 대비 서비스용 로봇 성장률은 연평균 21.0%로 상대적으로 빠르게 성장 중이다. 2019년 이후로 이미 서비스 로봇 매출이 산업 로봇 매출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로봇과 인간이 함께 공존하는 ‘로보토피아’가 구현되고 있다.

상황이 어려워질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주식에 투자하는 이유는 내 대신 돈을 벌어줄 사업기회에 동참하는 것이다. 로보토피아는 이미 실현된 미래다. 지난 30년 중국의 세계 경제 체제 진입으로 싼 노동력에 의한 성장이 가능했지만, 이제 중국의 생산가능인구 성장세도 멈췄다. 더욱이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도 격화되고 있다.

경쟁과 생존을 위한 생산성 향상은 기업에게 또 하나의 기회다. 거대담론에 휩쓸리기 보다, 거대담론을 기반으로 성장하는 산업에 투자하자. 제대로 된 질문을 다시 하면 길이 보인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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