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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준금리 3%까지 갈 수 있다고?…'벼락거지' 피했는데 이번엔 '금리폭탄'
연내 추가 금리인상 확실시
가계대출 꺾였지만 이자부담 커져
기업대출, 가파른 상승
신용위험 ‘경고등’ 울릴까
주상영 금통위원회 의장 직무대행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헤럴드경제=서정은·박자연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50%로 0.25%포인트 인상하며 저금리 시대 종언의 신호탄을 또 한 번 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마저 인플레이션을 고려 기준금리를 2%대 수준까지 올리겠다고 한 만큼 한국은행의 추가 인상 또한 확실해진 상태다. 시장금리가 연일 고공 행진한 가운데 가계, 기업들은 상당한 이자 부담을 짊어지게 됐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4일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1.50%로 인상했다. 한국은행은 이날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을 통해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으나 국내 경제가 회복세를 지속하고 물가가 상당 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의 이번 결정으로 은행권의 금리 상승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시장금리는 기준금리에 선행해 상승하고 있다. 이날 기준 4대 시중은행의 고정(혼합)형 주택담보대출금리는 연 6.45%까지 올랐다. 지난달 말 주담대 금리 상단이 6%를 터치한 뒤 약 보름 만에 0.4%포인트(p) 이상 급등한 것이다.

금리 수준뿐 아니라 속도 또한 빠르다. 혼합형 상품의 준거 금리가 되는 금융채 ‘AAA’ 등급 5년물 금리는 국고채 5년물에 연동되는데 5년물 금리는 1년 새 1%대에서 3%대로 올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3일 기준 5년물 금리는 3.440%다. 연초 금리가 2.339%였던 것을 고려하면 상승 속도는 점점 가팔라지고 있다.

주담대 금리가 6%대까지 오른 데 이어 7%를 목전에 둔 건 금리 수준이 사실상 금융위기 이전으로 복귀했음을 뜻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신규 취급액 기준 주담대 금리는 금융위기 직전 6~7%대에 형성된 뒤 경기부양을 위한 저금리 시대로 접어들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서울 신한은행 본점 창구. [연합]

향후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마저 확실시되고 있어 차주들의 부담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국은 8%에 이르는 물가상승률을 잡기 위해 내년 상반기까지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또한 4%대 상승해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돈 상태다. 금리 인상으로 물가 인상을 잡으려는 움직임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를 2~2.5%수준까지 두 차례 이상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은의 기본적인 기능 자체가 물가 안정이기 때문에 물가를 잡기 위해서 기준금리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며 “기준금리를 3%까지 혹은 미국처럼 파격적으로 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가계, 기업들은 수십조원의 이자 부담을 고스런히 떠안을 전망이다. 지난해 8월 이후 최근 약 8개월 사이 기준금리가 0.5%에서 1.50%로 1.00%포인트 오르면서 가계대출 이자 부담은 13조원 넘게 불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금융기관의 조달비용도 늘어나 금융기관의 대출금리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한은의 ‘가계신용(빚)’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62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카드 사용액(판매신용)을 제외한 가계대출은 1755조8000억원이다.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전체 잔액 가운데 76.1%(12월 말 기준)가 변동금리 대출인 점, 은행 외 금융기관의 변동금리 비중도 같다고 가정했을 때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경우 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3조3404억원이 불어난다. 지난해 8월부터 금리가 1%포인트 오른 약 8개월간 늘어난 이자는 13조3061억원에 달한다.

최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으로 가계부채가 뒷걸음질치고 있지만 금리 인상 등을 고려할 때 부담은 좀체 줄어들지 않을 전망이다. 은행 또한 대출 수요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줄줄이 내렸지만 이날 금리 인상으로 인하 효과도 크지 않을 전망이다. 시중은행들은 이날 금리 인상에 대응해 각종 금리 조정을 검토 중이다.

기업들의 부담도 만만치 않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기업의 은행 원화대출 잔액은 1093조9000억원으로, 한 달 사이 8조6000억원 불었다. 3월 은행의 전체 기업대출 증가액과 중소기업대출 증가액(7조7000억원)은 모두 3월 기준으로는 2009년 6월 통계 작성 이래 역대 두 번째 수치다. 코로나 금융 지원 연장, 시설자금 수요 등과 은행의 기업대출 취급 노력이 맞물려 대출 증가 규모가 상당폭 확대된 영향이다. 대출이 크게 늘렸던 만큼 이를 갚아야 하는 기업들의 어깨 또한 무거워지게 됐다.

금리 인상으로 신용위험이 커지는 점은 고려해야 할 변수다. 한국은행 또한 지난달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완화적 금융 여건이 정상화되는 과정(금리 인상 포함)에서 대내외 여건까지 악화할 경우 취약 차주의 상환능력이 떨어지고 그동안 대출을 크게 늘린 청년층과 자영업자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신용위험이 커질 우려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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