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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의 화식열전] 동원엔터·동원산업 합병, 일반주주에 불리한 이유
현행법 비상장사 가치평가 다양해
IPO공모에는 사용 않는 방법 선호
위법은 아니지만 공정하지 않을수
우회상장 보다 상장사간 결합 필요

비상장사 기업가치 평가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동원그룹 지주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이하 동원엔터)와 주력계열사 동원산업의 합병이 추진되면서다. 비상장인 동원엔터의 기업가치가 높게 평가돼 동원산업 주주들에 불리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비상장사의 가치평가 논란 탓에 최근 재계에서는 비상장사와 상장사간 합병을 가급적 지양하는 추세다. 합병이 필요하면 비상사를 먼저 상장 시킨 후 상장사 간 결합으로 논란을 피하는 경우가 다수다. 동원그룹의 이번 선택은 최근 자본시장의 흐름과는 큰 차이가 있다. 최근 주주행동주의가 확산되고 있어 이번 사안에 따라 비상장-상장 합병에 대한 제도적 보완책이 나올 수 있을 지 두고 볼 일이다.

우선 상장사인 동원산업 기업가치에는 논란의 여지가 별로 없어 보인다. 주가라는 기준이 확실해서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따라 합병계약 체결일 기준 1개월 가중산술평균종가, 최근 1주일 거래량 가중산술평균종가, 최근일 종가의 산술평균이다. 이번 합병에서 동원산업 가치는 9156억원으로 평가됐다. 합병에 앞서 이뤄진 액면분할(5000원→1000원)을 적용하면 주당 4만9792원이다.

논란의 핵심은 동원엔터다. 외부평가기관 안진회계법인은 순자산가액 기준 자산가치와 현금흐름할인에 따른 수익가치를 1대 1.5비율로 산술평균해 2조2346억원으로 평가했다. 역시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의한 평가로 법적 문제는 없다. 주목할 부분은 상대가치 평가방법을 배제한 대목이다.

동원엔터는 지주회사다. 한국거래소 업종 소분류 상 ‘기타금융업’, ‘회사본부 및 경영컨설팅 서비스업’, 또는 ‘기타전문서비스’에 해당한다. 이 업종에는 국내에 107개사가 상장돼 있다. 안진회계법인은 이들 대부분이 지주사로 자체 매출액보다는 자회사 비중이 크다는 이유로 비교법을 택하지 않았다. 107개사 중 동원엔터 계열사가 주로 속한 ‘수산식품 제조업’ 매출액 비중이 유사한 기업이 3개사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안진회계법인은 수익가치 산정 과정에서 가중평균자본비용을 추정할 때 한국거래소 업종 분류를 ‘상위’로 넓혔고, 식품제조업을 영위하는 7개사를 비교기업으로 활용했다. CJ, 농심홀딩스, 롯데지주, 샘표, 오리온홀딩스, 크라운해태홀딩스, 대상홀딩스 등이다. 언뜻 봐도 동원엔터와 닮은 점이 많은 기업들이다. 이들의 주가순자산배율(PBR) 평균은 0.53배, 주가수익비율(PER)는 13배다.

동원엔터의 2021년(별도기준) 주당순자산은 17만8686원, 주당순이익은 4875원이다. 비교대상 7개사 평균을 적용하면 기업가치는 순자산 기준 1조1072억원, 수익기준 7449억원이다. 안진회계법인이 평가한 2조2346억원과는 엄청난 차이가 난다.

동종업종 가치를 기준으로 한 비교평가는 기업공개(IPO)에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다. 비교대상 기업 선정에 뚜렷한 기준이 없어 적절성을 두고 논란이 일기도 한다. 동원엔터가 우회상장이 아니라 직접 상장을 추진했다면 ‘시장’이 이번 합병기준가 보다는 훨씬 낮은 가치로 평가했을 가능성이 크다.

동원엔터는 그룹 지주사로 김남정 부회장과 김재철 명예회장이 지배(지분율 92.77%)한다. 동원엔터 기업가치가 높게 평가될 수록 합병법인에서 김 명예회장 부자의 지분률도 높아진다. 안진회계법인 계산대로면 동원산업 일반주주 입장에서는 동원엔터 주주들에게 더 많은 신주가 발행 될수록 주가희석에 따른 부담이 커진다. 동원엔터의 동원산업 지분율은 62.72%다. 합병안건이 부결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주식매수청구권도 역부족일 수 있다. 동원그룹은 매수청구권 액수가 700억원이 넘더라도 이사회 결의를 통해 합병진행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양사 합병 후 행보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순수지주사가 사업회사인 자회사와 합병하면 사업지주회사가 된다. 제대로 된 지주사 체제가 되려면 사업부문을 다시 떼어 내야 한다. 합병법인이 현재의 동원산업을 분할해 다시 상장시킬 가능성이다. 인적분할이라면 지주사에 대한 최대주주 지배력 재강화에 용이하고, 물적분할이라면 주력 사업부문이 떨어져 나가며 합병법인 주주들의 핵심 수익원에 대한 접근이 제한될 수도 있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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