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가 급등과 생활물가까지 덩달아 뛰면서 지난달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10년 만에 4%를 넘었다. 6일 오전 서울 양재동 하나로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생필품을 고르고 있다. 박해묵 기자 |
[헤럴드경제=성연진·박자연 기자] 한국은행이 14일 기준금리를 1.50%로 인상했다. 지난해 8월과 11월, 1월에 이어 이달까지 네 차례 0.25%포인트(p)씩 기준금리를 인상함에 따라 금리수준은 코로나19 대유행 직전보다 높아지게 됐다. 경기 회복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으나, 한국경제의 뇌관으로 떠오른 물가와 가계부채를 잡아 성장의 걸림돌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한은이 총재 공석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 인상 결정을 내린 배경으론 물가 상승 압박이 1순위로 꼽힌다.
3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4.1% 오르며 2011년 12월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4%를 넘겼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되고, 공급병목 현상이 이어지면서 물가 상승은 고조되고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은으로선 물가상승 압박에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상승은 속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수입물가는 1년 전보다 35.5%가 올랐다. 수입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소비자물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일반인의 물가 전망을 반영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도 사실상 최고 수준이다. 지난달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9%로 8년만에 가장 높았다. 물가가 오를 것으로 내다보는 이가 많으면, 실제 물가지표와 상호작용하며 물가를 더 밀어올릴 가능성이 있다.
시중에 풍부한 유동성도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으로 물가상승 속도를 늦추고자 하는데 힘을 보탰다.한은에 따르면 2월 평균 광의 통화량(M2 기준)은 3662조6000억원으로 1월보다 21조8000억원(0.6%) 증가했다.
금리 인상은 18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 문제를 연착륙 시키기 위한 카드기도 하다.
실제 올 들어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3개월 연속 줄었고 특히 지난달엔 3조6000억원으로 감소폭이 전월(3조3000억원)보다 커졌다. 금융위원회는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자 상환 부담이 늘어나고, 올 1월부터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확대 시행으로 대출이 줄어든 것이라고 봤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가계부채 감소폭과 속도를 조절해 나가는 정책 공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도 앞서 첫 출근길에서 “(가계대출이 많은 상태에서는) 이자율에 따라 성장률이 둔화될 수 있다”고 밝힌 데 이어, 국회 인사청문회를 위한 서면질의에서 “한국은행이 금리 시그널(신호)을 통해 경제 주체들이 스스로 가계부채 관리에 나서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성장이다. 당장 정부가 지난해 말 내놓은 올 경제성장률 3.1%는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 연평균 배럴당 73달러를 기준으로 쓰여졌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지난달 두바이유 평균 가격은 배럴당 110.93달러로 1년 전보다 72.1%나 급등했다. 성장이 예상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평균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가 되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0.3%포인트 하락 압력을 받는다고 밝힌 바 있다.
게다가 미국이 예상보다 긴축 강도를 높이는 것도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시장에선 미국 중앙은행이 올해 금리를 6회 인상하며 연말 최고 2.0%까지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추가적으로 올리지 않으면 한미 금리를 역전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가 미국 금리 인상에 동조하지 않을 경우 외국인 투자자금이 31억5000만달러 순유출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 같은 우려에 대해선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을 고려할 때 한미간 금리 역전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자본 유출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금리 역전으로 원화가 절하되고 물가에 주는 영향이 커질 수 있어 우려된다”고 밝혔다.
원·달러 환율은 이미 미국의 긴축 전망으로도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평균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221.03원으로 1년 전보다 8.0%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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