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독립언론 노바야 가제타의 텔레그램 계정에 올라 온 이 신문 편집장 드미트리 무라토프가 열차 안에서 ‘붉은 페인트’ 테러를 당한 사진이다. 7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출발해 사라라로 가는 열차 안에서 정체 불명의 한 남성이 무라토프에게 다가 와 “우리 아이들을 위해 받아라”라고 소리치며 붉은 페인트를 끼얹었다. [AP]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러시아의 노벨 평화상 수상이자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판해 온 언론인이 ‘붉은 페인트’ 테러를 당했다.

러시아의 유력 독립언론 ‘노바야 가제타’의 편집장인 드미트리 무라토프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전날 모스크바에서 출발한 사마라행 열차에서 정체불명의 한 남성으로부터 붉은 페인트로 공격받은 일을 알렸다고 로이터, DPA통신 등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는 글과 함께 얼굴, 상반신, 팔 등에 붉은 색 페인트가 흘러내리고 있는 사진도 함께 올렸다.

공격을 한 남성은 “무라토프, 우리 아이들을 위해 이것을 받아라”고 소리치며 무라토프를 향해 미리 준비해 온 붉은 페인트를 퍼부었다.

무라토프는 “눈이 몹시 따갑다”며 “페인트를 지우려 노력 중”이라고 썼다. 또 열차 안에 페인트 냄새가 났으며 출발이 지연됐다고 덧붙였다.

노바야 가제타도 붉은 페인트를 뒤집어쓴 무라토프의 사진 한 장을 발행했다.

작년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한 드미트리 무라토프. [로이터]

이에 대해 러시아 당국은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러시아에선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쟁에 반대하는 반체제 인사에 대한 극단주의 세력의 공격이 잇따르고 있다.

무라토프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푸틴의 전쟁’이라고 공공연히 비판해왔다. 이후 노바야 가제타에선 여기자 2명이 총에 맞아 숨지는 등 직원들이 살해당했다. 이에 무라토프는 지난달 28일 노바야 가제타 발간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그는 일시 중단은 “존경받는 매체를 완전한 폐간에서 구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했다.

무라토프는 러시아 언론 규제 당국으로부터 두 차례 경고를 받았다. 러시아 언론 매체는 규제 당국으로부터 1년 안에 두 번 경고를 받으면, 법원이 폐쇄를 명령할 수 있다.

러시아 규제 당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전쟁’ ‘공격’ ‘침공’이란 단어를 쓰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무라토프는 1993년 마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 함께 노바야 가제타를 공동 설립했으며, 1995년부터 현재까지 편집장을 맡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의 부정부패를 폭로해온 그는 지난해 필리핀 언론인 마리아 레사와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