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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靑 "文 산행 후 합장"…'관저 불상' 강조하며 불심달래기
박수현 수석 '브리핑 없는 대통령 이야기'통해
"대통령, 언론보도 보고 받고 참 난감해 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5일 북악산 남측 탐방로에 위치한 법흥사터 연화문 초석에 앉아 김현모 문화재청장으로부터 법흥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청와대]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봉이 김선달 발언'으로 불교계와 갈등을 빚은 여권이 이번에는 '법흥사'초석 논란에 휩싸였다. 문 대통령이 지난 5일 북악산 남측면 산행길에 올랐다가 법흥사 절터에서 초석에 앉은 것을 두고, 불교계 일부 인사들이 비판에 나서면서다. 청와대는 관저 뒤에 있는 '불상'과 문 대통령의 인연을 언급하며 진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에 없는 대통령 이야기(45)'를 통해 "이틀 전 산행시 대통령 내외께서 법흥사 절터의 초석에 앉으신 것이 적절치 않다는 언론기사를 보고받은 문재인 대통령은 참 난감하신 것 같았다"고 말했다. 법보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불교중앙박물관장 탄탄 스님은 “사진을 보고 참담했다”면서 “성보를 대하는 마음이 어떤지 이 사진이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장 성공 스님은 “만약 문 대통령 부부가 몰랐다고 하더라도 문화재청장이 그것을 보면서 가만히 있었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박 수석은 문 대통령이 이날 참모회의에서 20여분 넘게 청와대 관저에 있는 불상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이 불상은 경주 방형대좌 석조여래좌상’으로 지난 2018년 4월 서울시 유형문화재 24호에서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1977호로 승격됐다.

문 대통령은 "사실, 제가 참여정부 민정수석 시절에도 그 부처님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었다"며 "그때 문화재청장께서 알겠다고 하셨는데 그후 진척이 없었다. 대신 제가 대통령이 되고 나서 그 부처님을 제대로 모실 수 있게 되었는데 이 역시도 부처님의 가피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기도하고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 이어 "저는 천주교인이지만, 천주교의 교리와 불교의 진리는 결국 하나로 만난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 수석은 또 대변인 시절 2017년 참모회의에서 한 문 대통령의 발언도 함께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일제강점기에 한 유지가 경주 남산에서 부처님을 모셔왔는데, 그집에 들른 총독이 부처님에 대한 관심을 표하자, 이 유지가 총독 관저에 부처님 불상을 옮겼고, 해방 후 총독은 이 불상을 일본으로 모셔가려 하였으나 우리 국민의 눈이 무서워 그대로 두고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청와대 관저 뒤에 계신 이 부처님이 바로 경주 남산에서 모셔온 부처님이 아니실까 생각한다.지금은 문화재 관련 과학기술도 많이 발전했으니 문화재청·서울시·불교계등과 협의하여 이 부처님에 대한 조사를 해보면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산행을 마치고 청와대 관저로 복귀하며, 관저 뒤편에 불상앞에 다시 섰다고 한다. 박 수석은 "법흥사터를 지나면서 '체계적인 문화재발굴조사를 거쳐 기록을 고증하고 그 역사를 불교계와 국민께 돌려드려야 한다'고 말씀한 문재인 대통령의 발걸음은 어느 덧 보물이 되신 부처님 앞에 이르렀다"며 "대통령 내외는 부처님 앞에 공손히 합장하고 예를 올렸고 동행했던 청와대 참모들도 자신의 종교를 떠나 정성껏 예를 올렸다"고 했다. 또 "아마 부처님께서 일년 365일 굽어 보시는 광화문이 부처님 '자비의 광장'이 되기를 바라는 축원을 마음 가득 담아 올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 4월 12일 청와대 관저 뒤에 있는 경주 방형대좌 석조여래좌상을 둘러보는 문재인 대통령.[청와대]

청와대가 '관저 석상'까지 꺼내며 불심 달래기에 나선데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봉이 김선달' 발언이후 소원해진 불교계와의 관계도 배경에 깔린 것으로 보인다. 정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해인사 문화재 관람료를 '통행세'에, 이를 걷는 사찰을 '봉이 김선달'에 비유해 불교계가 거세게 반발했다. 1월에는 윤호중 당시 원내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민주당 의원 30여명이 조계사를 찾아 참회의 뜻을 담은 108배를 올리기도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도 2월 서울 강남 봉은사에서 자승 스님 등을 만나 "그동안 불교계에 여러 불편을 드린 점에 대해서 거듭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현직 대통령 중 처음으로 조계종 종정 추대 법회에 참석했는데, 당시 당시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의 방문에 민주당과 불교계의 갈등도 고려됐냐'는 질문에 "그것도 고려됐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불교계 일부에서는 그동안 가톨릭 신자인 문재인 대통령을 '종교 편향'이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 1월 조계사에서는 '정부의 종교 편향'을 주제로 전국승려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사무총장 도각 스님은 이날 승려대회 연설문에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취임 축복미사를 드리고, 해외 순방길에는 빠짐없이 성당을 방문하며, 국가원수로서는 매우 굴욕적인 '알현'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우리 민족의 평화를 교황에 부탁하는 등 특정 종교에 치우친 행보를 해왔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개인의 종교적 신념이 공공의 영역에 투영돼 정부와 공공기관의 사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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