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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숨만 쉬어도 한 달에 1천만원 손해"…50·60 자영업자 폐업조차도 두렵다 [코로나백서]
대기업 그만두고 시작한 순댓국밥집
가게 접고 싶지만 마음대로 폐업도 못해
폐업시 은행대출금 상환 고지서 날아와
‘폐업=곧 삶의 터전 잃어버리는 것’
지난 4일 오후 2시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17년째 순댓국밥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이모(56) 씨가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고 있다. 신주희 기자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매 순간 폐업을 결심하죠. 그런데 자영업자들은 문을 닫고 싶어도 못 닫아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규제가 풀렸다고는 하지만 2년이 넘는 시간 자영업자들이 삶의 터전인 가게를 떠나고 있다. 일부 자영업자는 폐업을 하고 싶어도 ‘대출금’이라는 무거운 족쇄에 그마저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지난 4일 오후 2시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있는 한 순댓국밥집 앞. 17년째 가게를 운영하는 이정무(가명·56) 씨에게 폐업계획이 있는지 묻자 이같이 답했다. 이씨 가게가 있는 상가동의 총 41개 점포 중 7개 점포가 코로나19 2년 동안 폐업으로 쓰러졌다. 이씨도 매일 문 닫을 위기를 마주하지만 뒷감당이 무서워 폐업조차 선택할 수 없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이씨는 “폐업하면 가게로 받은 대출금 몇억원을 당장 갚으라고 은행 고지서가 날아올 텐데 어떻게 문을 닫을 수 있냐”며 “결국 이렇게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빚을 뒤로 미루는 것”이라고 말을 흐렸다.

정부가 지난 10월 소상공인 손실보상금 지급을 위해 이씨 가게에 고지한 일평균 손실액을 보면, 2019년 10월과 2021년 12월까지 매출액을 비교해 하루 35만8000원씩 적자였다. 숨만 쉬어도 한 달 약 1000만원 이상 손해가 난 셈이다.

처음 자영업을 시작한 이유를 묻자 이씨는 “누구나 다 그렇듯 월급쟁이보다는 자영업자가 훨씬 낫겠다고 생각하지 않냐”며 “직장생활 10~20년 하다 보면 퇴직 이후에 돈벌이 생각해야 하니까 자영업자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에 다니다 마흔 살에 퇴사해 순댓국밥집을 차린 그는 여느 직장인과 다름없이 퇴직 이후의 삶을 대비하기 위해 자영업을 택했다고 운을 뗐다. 그러나 팬데믹이 2년째 지속되면서 퇴직금은 고사하고 매달 집에 생활비조차 가져다줄 수 없게 됐다. 다달이 400만~500만원씩 생활비를 가져다줬지만 지금은 납부 유예하던 세금조차 내지 못해 월급쟁이인 아내 손을 빌렸다.

이씨는 “가게를 접으면 뭐라도 해야 하는데 나이 오십이 넘어가면 써주지도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껏 할 수 있는 게 막노동이나 배달대행, 대리기사밖에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자영업자들에게 퇴직금 노릇을 하던 권리금은 언감생심이다. 이씨에 따르면 여의도에서 권리금이 사라진 지는 4~5년 이 넘었다고 한다. 내놓은 가게 대부분이 매출이 하락해 떠난 것인데 권리금을 받으면 입점할 자영업자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예전에나 권리금 1억~2억원을 받고 나갔지, 지금 권리금을 받으면 누가 들어오려고 하겠냐”고 반문했다.

이씨는 “자영업자들에게 폐업은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는 것과 같다”고 했다. 자영업자들이 가게 문을 닫을 때 주위에 알리지 않고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는 이유다.

joo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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