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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용산 대통령 집무실 시동, ‘청와대 정부’ 탈피도 동반돼야

6일 김부겸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의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는 데에 쓰일 360억원 규모의 예비비 지출안이 통과됐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밝힌 ‘용산 대통령 시대’ 구상의 현실화를 위한 첫 관문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명분과 현실론 사이에서 극단적 대치 양상으로 치달을 뻔했던 신구 권력의 마찰이 수습 국면으로 접어들게 돼 다행스럽다. 큰 고비를 넘기게 된 만큼 매끄러운 인수·인계작업으로 국정 공백의 최소화에 전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윤 당선인 측도 국민이 우려하는 위기관리·안보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하고도 면밀한 주의를 기울이면서 집무실 이전작업을 진행하길 바란다.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이 현실화하면서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이후 74년 역사의 청와대 시대가 막을 내리게 됐다. 용산 집무실이 ‘제왕적 대통령 시대의 종식’을 상징하는 선언이 되려면 국민과의 소통은 물론 대한민국을 대표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품격도 갖춰야 한다. 지금의 국방부 청사는 각지고 딱딱한 외양으로 위압적이고 권위적이다. 높은 지대에 있어 국민의 접근성도 떨어진다. 우리의 전통문화를 보여주는 건축양식과도 거리가 멀다. 새 정부는 이런 지적들을 하나하나 보완해가는 데에 정성을 쏟아야 한다. 그래야 후임 대통령들도 기꺼이 용산 시대를 수용할 것이다. 진영에 따라 집무실을 이리저리 옮기는 불상사가 일어나면 나라가 불행해진다.

용산으로 집무실을 이전하면서 청와대에 두고와야 할 것은 ‘청와대 정부’다. 지금까진 보수·진보 정권 할 것 없이 청와대가 각 부처의 주요 업무뿐만 아니라 인사·예산에도 광범위하게 개입해왔다. 청와대의 과도한 인사권 행사는 장관을 허수아비로 만들고 청와대만 바라보는 공무원을 양산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새 정부는 정책실장직과 일자리수석·민정수석비서관 직책을 없애는 등 ‘작은 청와대’를 구상하고 있다는 데 바람직한 방향이다. 내각이 권한을 위임받고 동시에 책임을 확실하게 가지게 되면 관료들의 사기가 진작돼 더 기민하고 실용적인 정책을 펼 수 있을 것이다. 청와대는 국가의 중장기적 전략과제와 미래 비전에 집중하는 역할을 담당하면 된다.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은 단순히 공간 변경만의 문제가 아니다. 선진국 반열에 오른 대한민국의 경제 규모에 비해 초라한 정치문화의 변혁과 동반돼야 의미가 있다. 구중심처를 벗어난 ‘열린 집무실, 작은 청와대’는 그 시작이다. 속도도 내야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내실이다. 기초와 뼈대를 잘 다져야 오래 갈 수 있는 변혁을 이뤄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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