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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경찰 존재이유 다시 묻는 층간소음 난동사건 영상 공개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 피해자 측이 5일 공개한 사건 당일 폐쇄회로(CC)TV 영상이 충격적이다.

사건 전말이 웬만큼 드러나 당시 출동 경찰의 대응 과정이 부실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영상을 보면 그 정도가 넘어도 한참 넘었음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충격적이란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지난해 11월 발생한 이 사건으로 김창룡 경찰청장이 공식 사과를 하고 해당 경찰관 2명 해임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공개된 영상은 어떠한 경우에도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 경찰의 존재 이유를 거듭 묻고 있다. 그런 정도로 어물쩍 넘어갈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목숨이 위협받는 급박한 상황에 처한 시민을 외면하는 경찰의 모습을 직접 지켜보는 심정은 억장이 무너진다.

영상 속 경찰복을 입은 두 사람은 더는 우리가 생각하는 경찰이 아니다. 첫 장면은 비명을 듣고 피해자 남편과 남자 경찰이 빌라 계단을 급하게 뛰어가는 것이다. 딱 여기까지만 정상이다. 그런데 2층 계단에서 사건 현장을 빠져나온 여성 경찰이 피해자가 흉기에 찔리는 모습을 재연하자 그 자리에서 두 경찰은 거꾸로 계단을 내려온다. 놀랍게도 그리 급해 보이지도 않는 태연한 모습이다. 마음 급한 남편만 황급히 계단을 계속 오른다.

더 황당한 것은 빌라 현관 밖으로 나온 두 경찰이다. 그제야 3단봉을 펼치며 전열을 가다듬고 다시 현장으로 가려 하지만 이미 문이 닫혀 밖에서 배회하는 장면도 나온다. 주변 시민의 도움을 받아 문을 열고 올라갔으나 이미 3분 이상 지체됐다. 그사이 피해 여성은 흉기로 목을 찔리는 중상을 입었고, 지금도 심각한 후유증으로 집중 치료가 필요한 상태라고 한다. 기본 임무에만 충실했어도 얼마든지 막을 수 있는 불행이었다. 그나마 경찰이 한 일은 뒤늦은 범인 직접 제압도 아니었다. 그것은 범인과 사투를 벌인 남편의 몫이었고, 이들은 그저 수갑만 채웠다고 한다.

피해자 측 변호사는 공개된 영상에 대한 경찰 당국의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경찰은 속히 이에 응해야 한다. 아울러 당시 출동 경찰의 몸에 부착된 영상 삭제에 대해서도 보다 명확한 해명이 필요하다. 용량이 넘쳐 촬영이 안 됐다지만 이해가 가지 않는다. 경찰이 사건을 축소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혹만 더할 뿐이다. 대부분 일선 경찰은 지금 이 시각에도 묵묵히 직무에 충실히 임하고 있다. 그렇더라도 이번 영상 공개는 경찰의 사명감을 되새기고 뼈를 깎는 통렬한 자성의 계기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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