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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식집 3명이 가서 6만원…집 밖에서 뭘 먹는게 두렵다
외식물가 급등…시민 체감은 더 높아
지난 5일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 새로 붙여놓은 가격표. [연합]

# 1. 서울 강서구에 사는 직장인 박모(29) 씨는 지난 5일 신당역 근처 퓨전 분식집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김치볶음밥 오므라이스, 사이드 메뉴 등 일행 3명이서 많이 먹지도 못했는데 6만원이나 나왔기 때문이다. 박씨는 “오므라이스가 1만4000원, 맥주 한 병이 6000원씩이나 했다”며 “무서운 외식물가에 차라리 집에서 음식을 해먹는 게 낫겠다”고 말했다.

# 2. 직장인 홍모(27) 씨는 지난달 회사 동료들과 함께 을지로에 있는 냉동삼겹살집을 찾았다가 계산서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홍씨는 “술을 많이 마시지도 않았는데 다섯 명이서 14만원이 나왔다”며 “외식물가가 올라도 너무 올랐다”고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재택근무 해제 및 주말나들이객 증가 등 일상으로의 복귀가 속속 이뤄지는 가운데 복병이 등장했다. 밖에서 음식을 사먹기가 두려울 정도로 외식물가가 급등한 것. 아무리 ‘내 월급 빼곤 다 올랐다’고는 하지만 너무 올라버린 음식 가격에 혀를 내두를 정도다.

6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6% 급등했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지난 1998년 4월(7.0%) 이후 24년여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품목별로는 생선회(10.0%)가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해 가장 많이 올랐고, 최근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중심으로 가격을 1000~2000원 상향조정했던 치킨(8.3%)이 그 뒤를 이었다.

서민이 체감하는 외식물가 상승세는 통계청 발표 수치보다 더 높았다. 이날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소비자원이 외식물가로 조사하는 8개 품목이 모두 1년 전보다 가격이 올랐다. 특히 서울 냉면 가격은 지난 2월 현재 9962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000원)보다 10.7% 올라 상승폭이 가장 컸다. 이어 칼국수가 7308원에서 7962원으로 8.9% 상승해 그 뒤를 이었고, 짜장면 역시 지난해(5346원)보다 7.9% 오른 5769원으로 집계됐다.

실제로 최근 사람들이 많이 찾는 유명 냉면가게들이 최근 가격을 일제히 올렸다. 원래 가격대가 높았던 우래옥(1만4000원)과 평양면옥(1만2000원)을 제외하곤 모두 가격을 상향조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필동면옥과 을지면옥이 최근 냉면 가격을 각각 1000원씩 올려 한 그릇에 1만3000원을 받고 있고, 봉피양도 1만4000원에서 1만5000원으로 가격을 인상했다. 평래옥 역시 최근 1만원에서 1만2000원으로, 20% 올렸다.

서민음식의 대표 주자인 짜장면 역시 가격 인상을 피하지 못했다. 서울 공덕동에서 41년째 영업 중인 중국집 신성각이 최근 짜장면 가격을 6000원으로 조정, 지난해(5000원)보다 20%나 상향조정됐다. 서울 영등포의 짜장면 맛집 송죽장도 최근 6000원에서 6500원으로 인상했으며, 50년 전통 서촌 짜장면집인 영화루도 6000원에서 7000원으로 가격을 올렸다. 이연복 셰프가 운영하는 중국집으로 유명세를 탄 목란도 짜장면 한 그릇에 8000원씩 받는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고기에 이어 밀가루, 식용류 등 안 오른 품목이 없을 정도로 식자재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르자 지난해 하반기부터 원가 부담을 견디지 못한 소상공인들이 가격을 줄줄이 올리기 시작했다”며 “일상으로 복귀가 이뤄지는 요즘, 서민의 외식 부담이 커져 지갑 열기가 부담스러워졌다”고 말했다.

신소연·신주희 기자

joo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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