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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원장의 인사 무리수·국제인권법연구회는 외면
조국부부 재판장에 ‘尹비판 요구’ 파장, 전말 살펴보니
‘판사사찰 규탄제안’ 송경근은 영전
‘尹 비판’ 김미리 판사는 4년째 유임
김명수 측근들 청와대 비서관 발탁
김 대법원장 취임해도 독립성 답보
지난 4일 청와대 본관에서 마련된 박상옥 전 대법관 청조근정훈장 수여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김명수 대법원장과 기념촬영하는 모습. 문 대통령에게 지명 받아 대법원장에 오른 김 대법원장은 내년 9월 임기가 만료된다. [연합]

2020년 11월 민중기 당시 서울중앙지법 법원장이 부장판사들을 모아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비판을 요구한 사실은 법원 내부적으로는 상당 부분 알려졌지만, 이 부분은 공론화되지 않고 판사 사찰 문건에 대해 비판 성명을 내느냐만을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판사들 사이에선 법원장 임기를 넘겨 민 전 원장을 유임한 인사가 화를 부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 가운데, 이후에도 김명수 대법원장은 인사원칙을 깨면서까지 ‘자기 사람’으로 분류되는 판사들을 주요 보직에 발탁하며 공정성 논란을 유발했다.

대법원은 2020년 1월 민 전 원장을 유임하는 내용을 포함한 법관 정기 인사 내역을 발표했다. 법원장 임기는 2년이 원칙이지만, 2018년 서울중앙지법 법원장에 보임된 민 전 원장은 3년째 같은 보직을 맡았다. 이례적 인사 조치였다.

같은해 11월 민 전 원장이 판사 사찰 문건에 대한 입장을 들었던 모임 이후, 이 내용은 법원 내부에도 상당 부분 알려졌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장이었지만, 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던 한 현직 부장판사는 “참석자가 많아서 그런 일이 있었다는 얘기는 많이 돌았다, 누가 참석했고 어떤 내용의 대화가 오갔는지는 들어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판사들 중 일부는 국제인권법연구회에서 이 내역을 파악했는데도 공론화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다. 국제인권법연구회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사태를 법원 외부에 알린 법원 내 학술단체다. 김 대법원장도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을 지냈다. 이 일이 있은지 며칠 뒤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선 대검에서 작성한 판사 동향 파악 보고서를 사찰로 보고 집단 비판 성명을 낼 것인지 여부를 논의했다.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행위를 검찰이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송경근 부장판사가 판사 사찰 문건에 대한 집단 의견 표명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회의에서도 판사들이 의사표시를 해야 한다는 송 부장판사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 대법원장은 3개월 뒤 정기인사에서 송 부장판사를 서울중앙지법 민사1수석부장판사로 보임했다. 사실상 영전 인사였다. 형사수석부장판사에도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의 고연금 부장판사를 임명했다.

고 부장판사는 민 전 원장과 마찬가지로 사법농단 의혹 사건 진상조사를 맡았던 인사였다. 송 부장판사와 고 부장판사 모두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 인사다. 우리법연구회 회원으로 함께 활동했던 김미리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보직기한인 3년을 넘겨 4년째 근무하도록 유임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사건을 맡은 윤종섭 부장판사는 무려 6년이나 중앙지법에 근무하도록 했다. 이 법원이 생긴 이후 유일한 사례다.

서울중앙지법은 김 부장판사에게 사건 배당을 중지하도록 배려하면서 형평성 논란도 나왔다. 사건 배당을 중지하면 업무가 줄어들기 때문에 기존 사건에 집중할 수 있다. 민 전 법원장은 “형사수석의 업무”라고 했고, 당시 형사수석 부장판사였던 김병수 광주지법 순천지원장은 “적기에 사건을 처리토록 하기 위해 예규에 따라 관계 재판장 협의를 거쳐 결정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김 부장판사가 재판장이었던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는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을 1년 넘게 지연했고, 이 사건 본안은 재판장이 바뀐 다음에서야 공방이 시작됐다. 사실관계가 훨씬 복잡했던 정경심 전 교수 사건이나 조국 전 장관의 5촌 조범동 씨의 사모펀드 횡령 사건은 대법원 판단까지 모두 끝났지만, 김 부장판사가 속했던 형사21부는 조 전 장관 사건을 아직도 심리 중이다. 김 부장판사는 조국 전 장관 친동생의 웅동학원 배임 혐의를 사실상 무죄 판결하고, 교사 채용 대가로 억대 금품을 받은 부분에 대해서도 주범인 조 전 장관의 동생을 공범들보다 형량을 낮게 선고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결과는 항소심에서 뒤집혔다.

사법농단 사태 이후 법원행정처 근무 경험이 없는 김 대법원장이 임기를 시작했지만, 법원의 독립성 측면에서는 개선된 점이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제인권법 연구회 간사를 지낸 김 대법원장의 측근 김영식 전 부장판사는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근무 판사들의 탄핵까지 거론했지만, 정작 본인은 2019년 2월 사직한 뒤 3개월만에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맡았다. 현재는 판사 출신으로는 이례적으로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에 발탁돼 대통령을 보좌하고 있다. 민 전 원장이 판사들을 소집해 윤석열 비판 입장을 요구한 때 청와대에 재직했다. 마찬가지로 국제인권법연구회 간사 출신인 김형연 전 부장판사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법복을 벗었고, 직후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낸 뒤 법제처장을 맡으며 법원의 독립성을 저해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사법농단 사태 진상조사 위원이었던 최기상 부장판사 역시 사직한 직후 2020년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에 출마했고, 당선했다. 좌영길 기자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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