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 [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조민 씨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입학이 취소됐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조 전 장관이 신간 '가불선진국'에 대해 북토크를 하는 영상이 공개된 날이었다.

부산대는 5일 오후 차정인 총장 주재로 교무회의를 연 결과, 조 씨의 2015학년도 의전원 입학을 취소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부산대는 대학 학칙, 2015년 당시 의전원 신입생 모집요강, 행정기본법 등을 근거로 언급했다. 부산대 신입새 모집 요강에 '허위서류를 제출하면 입학을 취소한다'고 쓰인 점, 동양대 총장 표창장 등이 위조 또는 허위라는 법원 판결 등을 참고해 "신입생 모집요강에 따라 입학 취소를 최종 결정했다"는 것이다.

부산대 입학전형공정관리위원회가 조 씨 봉사활동 경력과 동양대 총장 표창장이 핵심 합격 요인이 아니라는 조사 결과를 낸 데는 "대학이 발표한 입시요강은 공적 약속"이라며 "대학 스스로 이를 준수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부산대는 입학취소 처분을 조 씨 법률 대리인에게 유선으로 우선 통지했다. 곧 서면으로 발송될 예정이다. 조 씨 입학취소 처분은 허위 서류 제출 논란이 불거진 후 교육부 요청에 따라 부산대가 조사 계획을 보고한 지 1년여 만에 나온 최종 결론이다. 향후 조 씨 의사 면허 취소 여부와 고려대 입학 취소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도 조 씨의 의사면허 취소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부산대가 청문 절차를 밟고 입학 취소를 최종 결정했듯 복지부도 당사자인 조 씨를 상대로 청문을 진행해야 한다. 행정절차법에 따라 면허 취소 처분 사전 통지와 의견 청취 등 행정 절차를 진행하는 데는 한 달 이상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유튜브 채널 메디치미디어]

부산대가 조 씨에 대한 의전원 입학 취소 여부를 심의하고 있을 때, 출판사 '메디치미디어'는 유튜브 채널에 미리 촬영해 둔 조 전 장관의 '가불 선진국' 북토크를 게시했다. 우연의 일치인 것으로 보인다. 조 전 장관은 영상에서 "사실 목에 칼을 차고 발에 족쇄를 차고 있는 상황이라 아직 터널 속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물론, 저희 가족 전체가 시련과 환란 상태에 있다"고 했다. 이어 "이런 고통을 잊기 위해 (책을)썼다, 이렇게 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 전 장관은 부산대의 발표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부산대 결정에 대한 집행정지신청을 냈다고 밝혔다. 그는 "부산대 입학전형공정관리위원회의 자체 조사 결과에 의하면 경력·표창장이 입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당락에 전혀 영향 없는 경력기재를 근거로 입학 허가를 취소하고, 결과적으로 의사 면허를 무효로 하는 것은 너무나 가혹한 처분"이라고 했다.

차정인 부산대학교 총장이 5일 오후 부산대학교에서 열린 교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부산대학교는 이날 교무회의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조민 씨에 대한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입학 취소 여부를 결정한다. [연합]

국민의힘 안에서는 "늦은 감이 있지만 당연한 결과"라는 평이 나왔다. 김용태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서 "한마디로 사필귀정"이라며 "이번 결과로 인해 조국 일가의 내로남불로 상처 받은 국민과 청년들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위로 받기를 기원한다"고 했다. 또 "대한민국에 다시는 이런 몰상식한 일이 생기면 안 될 것"이라며 "이제 조국 일가를 비호한 정권은 물러나게 됐고, 대한민국은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부산시당도 성명을 내고 "입시 비리 혐의에 대해 유죄를 확정한 대법원의 판결까지 난 사안에 대해 부산대는 현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시간을 너무 끌었다는 세간의 평이 많다"고 주장했다.

5일 오후 부산대학교 정문 앞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조민씨에 대한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취소 찬반 집회가 동시에 열리고 있다. 왼쪽은 '부산당당'이 개최한 입학취소반대 집회이며 오른쪽은 '정의로운사람들'이 개최한 조민 부정입학 취소 촉구 집회. 이날 부산대학교는 교무회의에서 조민씨 입학 취소 여부를 결정한다. [연합]

이날 부산대 정문 앞은 반으로 갈라졌다. 조 씨 입학 취소와 관련한 찬반 집회가 열린 것이다. 찬성 측은 "조민 입학 취소로 부산 시민들과 학우들의 명예를 되찾자"고 했고, 반대 측은 "검찰개혁의 복수로 학생이 인질이 됐다"고 주장했다.

한편 조 씨는 고려대 생명과학대학 환경생태공학부를 졸업한 후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해 2021년 1월 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했다. 이후 서울 도봉구 한일병원에서 인턴으로 근무했다. 지난 1월 경남 진주에 있는 경상국립대 응급의학과 전공의 추가 모집에 지원했지만 탈락했다.

이번 결정은 조 씨에 대한 부산대 의전원 관련 의혹이 제기된 지 2년7개월여 만이었다.